자영업자 세원노출을 위해 전격 도입된 지 10여년, 그동안 수차례 일몰이 연장되며 사실상 근로소득자들의 상시 세금감면 혜택으로 자리 잡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의 존폐여부가 최근 안팎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복지재원 확보를 위해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감면 제도 폐지를 세법개정 원칙으로 삼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근로자들의 연말정산 소득공제 1순위인 신용카드 소득공제 또한 내년 말 일몰기간에 맞춰 종료될지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다.
그동안 정부는 수차례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를 저울질 해왔지만, 그때마다 근로자들의 반발을 의식한 국회의 정치적 결단에 밀려 일몰이 지속적으로 연장됐다.
하지만 연간 감면액 1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대표적인 비과세·감면제도인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조세형평성과 재원확보 측면에서 더 이상 유지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실제로 신용카드 공제제도를 고안한 전문가를 필두로, 조세연구원 등 전문연구기관과 세법전문가 상당수가 더 이상 제도를 연장할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 신용카드 소득공제 '변천사' = 신용카드(직불카드 포함)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이하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본격적인 시발점은 지난 1999년 8월, 정부 입법안이 발표되면서 부터다.
당초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현금거래 위주의 '세원 사각지대'인 자영업자 소득을 과세당국이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도입됐다.
시행 첫 해 300만원 공제한도로, 10%의 소득공제율(총급여액 10% 초과금액)이 적용됐으며 2002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혜택을 주도록 설계됐다. 이후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는 총 9번의 개정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공제한도와 공제율이 '등락'을 반복했다.
실제로 2001년 8월 첫 일몰을 앞둔 상황에서 공제한도는 최대 500만원, 소득공제율도 20%로 각각 상향조정됐고, 2002년 말에는 학원 수강료 지로납부액이 공제대상에 추가되고, 직불카드 사용금액 소득공제율을 30%로 올리는 세법개정이 단행했다.
2003년 말에는 현금영수증 소득공제가 추가됐고, 2004년 세법개정에서는 소득공제액을 총급여액의 15% 초과 사용금액의 20%로 조정했다. 이어 2005년 말에는 일몰 2년 연장, 2007년 말에는 일몰을 2년 연장하고 소득공제액도 총급여액의 20% 초과금액의 20%로 재조정됐다.
2010년에는 일몰기간을 늘리는 대신 공제한도가 300만원으로 축소됐고, 소득공제액도 총급여액의 25% 초과금액의 20%(체크카드는 25%)로 수정됐다.
2011년 말 일몰기간 3년 연장 및 전통시장 사용분에 100만원의 공제한도를 추가하는 내용으로 세법이 개정됐으며, 2012년에는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도 소득공제 대상에 추가됐다.
이처럼 신용카드 공제제도는 당초 자영업자 세원양성화 프로젝트로 출발했지만, 소득공제 특성상 점차 근로자 '소득보조' 성격이 강해지고 정부의 정책목표(전통시장 및 대중교통 활성화)가 더해지면서 지속적으로 제도가 손질됐다.
□ 조세감면액, 10년 만에 50배 이상 '급증' = 제도 시행 첫 해인 2000년 신용카드 소득공제에 따른 조세감면 규모는 연간 346억원에 불과했다. 당시 신용카드가 지금처럼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인 측면이 크다.
하지만 이후 신용카드 사용인원과 지출금액이 늘어나면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에 따른 조세감면 규모도 단기간에 급증했다.
실제로 2001년 2027억원이었던 감면규모는 공제한도를 500만원으로 늘린 2002년에 6233억원으로 급증했고, 이어 2003년 8308억원, 2004년 8986억원 등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어 2005년 9812억원, 2006년 1조485억원으로 시행 7년 만에 조세감면 규모가 1조원을 돌파했다. 감면 규모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늘어 2007년 1조2506억원, 2008년 1조5171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09년 1조8394억원을 기록해 '정점'을 찍었다.
도입된 지 불과 10여년 만에 세금감면 규모가 50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그러다가 재정 부담을 느낀 정부가 다시 공제한도를 300만원으로 낮추면서 감면규모가 축소돼 2010년 1조2325억원, 2011년 1조1729억원, 2012년 1조309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조세지출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용카드 공제제도는 R&D 투자세액 공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8년 자경농지 양도소득세 감면 등과 함께 조세지출 규모가 상당한 대표적인 세금감면 제도로 손꼽힌다.
□ "이제는 폐지해야" VS "근로자 호주머니 터는 격" = 신용카드 공제제도의 존속여부와 관련, 수년째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를 비롯해 다수의 조세전문가들은 당초 정책목표였던 세원양성화가 어느 정도 달성된 만큼,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일몰(2014년 말)에 맞춰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 등에 따르면 제도 시행 전 50%에도 미치지 못했던 자영업자 소득파악률이 현재 70~80% 수준까지 확대됐다. 현금거래 상당부분이 과세당국에 포착됐기 때문에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제는 제도폐지를 고려할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반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는 '사실상의 증세'로 월급쟁이 근로자의 호주머니를 터는 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례로 작년 정부와 여당이 신용카드 공제한도를 200만원으로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시민단체 등은 "물가인상으로 실질임금이 줄어든 상태에서 소득공제를 축소하는 것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사실상 증세를 강행하는 것"이라며 반대서명운동까지 벌이기도 했다.
당시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태에서 표를 의식한 정치권은 소극적 입장을 보였고, 결국 제도 개편논의는 없던 일이 됐다.
하지만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의 특성(총급여 기준) 등을 감안할 때, 세금 감면혜택이 저소득층보다는 고소득층에 유리한 면이 많기 때문에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를 고려해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을 통해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또는 기존 소득공제 형태에서 세액공제 형태로 바뀌는 방안 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정치권, 시민단체 사이의 격론이 발생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