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의 '자존심'인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널뛰기' 감사결과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감사원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불씨'는 감사원이 자진해서(?) 제공했다. 감사원이 실시한 4대강 사업 감사결과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교체를 전후해 전혀 딴판으로 나오면서 공정성 시비를 낳았기 때문.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조차 감사원 개혁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으로까지 비화됐다.
이에 따라 19대 국회에서 개헌 논의와 맞물려 감사원 개혁에 탄력이 붙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4대강 사업, 문제없다던 감사원, 정권 바뀌자 "총체적 부실·비리" = 감사원은 '녹차라떼' 논란으로 환경파괴 비판을 받았던 4대강 사업에 대한 2010년 실시한 첫 번째 감사에서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대선을 앞둔 지난 2012년 두 번째 감사에서는 "각 분야마다 졸속과 부실이 확인됐다"라고 1차 감사결과를 뒤집었다. 이후, 지난 10일 발표한 세 번째 감사결과에서는 더 나아가 "총체적 부실과 비리, 대운하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발표했다.
감사원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정치권이 즉각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나섰다.
특히 새누리당 '친이계' 의원들은 "코드 감사", "표적감사" 라고 감사원을 비난하고 있다. 여기에 청와대까지 나서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강경 입장을 내놓자, 여권은 현(現)-전(前) 정권의 실세들 간 '기(氣)싸움'까지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전 정권이 국책사업으로 해놓은 일을 한 대가 끝나기도 전에 몇 차례나 바꿔 감사결과를 내놓는다면 우리 정권이 끝나고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우리 정권이 한 일에 대해 또 맞춤형 감사를 하지 않겠느냐"고 비난했다.
SD(이상득)계로 분류되고 있는 이병석 국회부의장도 "감사원은 정권이 변경될 때마다 코드, 널뛰기, 표적, 보복 감사를 일삼고 있다"고 힐난하며 "당이 나서서 감사원 개혁을 추진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새누리당 친이계 중심의 감사원 개혁 주장은 이명박 정부가 최대 업적으로 생각하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당성이 훼손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정치권 전반적으로 감사원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근본적 이유는 그동안 감사원이 여러 차례 정치적 고려를 한 감사결과를 내놓으며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샀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단행했던 특정감사는 '해바라기 표적감사'라는 지적을 계속 받아왔다. 특정감사 비율도 참여정부(40.2%)때보다 급증한 48.5%에 달했고, 사안마다 논란이 되어 국론분열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실제 지난 2008년 3월 감사원의 공기업 경영 실태 감사는 노무현 정부 출신 공기업 기관장 사퇴 압박을 위한 '코드 감사'라는 비판이 있었고, 같은 해 5월에는 KBS와 정연주 사장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해 정 사장의 해임을 요청해 '언론장악'이라는 비난이 쏟아진 바 있다.
이밖에도 저축은행 부실사태와 김재철 전 MBC 사장의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봐주기 감사'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 감사원 개혁, '개헌' 통해 대통령 직속 감사원 '국회 이관' = 감사원에 메스를 대야 한다는 주장은 야권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특히 민주당은 감사원 개혁과 관련해 '개헌'을 통해 대통령 직속의 헌법 기관인 감사원을 국회 기관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2월 민주당 박기춘 당시 원내대표는 "4대강 부실 감사, 저축은행 봐주기 감사, KBS 정연주 사장 등 표적감사와 솜방망이 감사로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느라 진실은 회피한 감사원을 정권이 아닌 국민의 감사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민주당은 현재 국회에 제출된 감사원 개혁을 담은 감사원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안에는 감사원의 ▲비공개 정보수집 제한 ▲직권남용 시 처벌 ▲세출 세입 등의 국회 보고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 마저 감사원 개혁에 한 발짝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는 측면에서 19대 국회에서 감사원 개혁이 강도 높게 추진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중앙대 이상돈 법학과 교수는 "감사원이 독립적으로 감사를 해야 하지만 너무 정치에 휘둘린다"라며 "감사원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는 점에서 정책의 타당성을 감사하는 것은 독립성을 갖기 힘들다. 국회로 이관하면 국회가 감사권과 국정조사권까지 갖게 되기 때문에 감사원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