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과정에서부터 많은 진통을 겪어왔던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제도가 본격 시행, 현재 신고납부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국세청은 이달 초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신고대상자로 추정되는 약 1만명에게 신고안내문을 발송하고 수혜법인(약 6200여개)에게도 해당 지배주주 등이 증여세를 신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별도의 안내문을 발송한 상황이다.
대기업의 부당한 경제력 집중과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도입된 이른바, 일감몰아주기 과세제도. 하지만 이 같은 당초 의도와 달리 애꿎은 중소·중견기업의 목줄만 죄고 있다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는 지난 15일 부당한 내부거래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에 중소·중견기업은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기획재정부와 중소기업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날 중기중앙회가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국세청이 증여세 신고대상자로 추정한 약 1만명 중 30대 그룹 총수 일가는 70여명이고 대부분이 중소·중견기업이라는 지적이다.
개별 세액은 대기업이 더 많더라도 이익규모가 작은 중소·중견기업의 과세 충격이 더 크다는 것이 중기중앙회의 입장.
중기중앙회는 의견서를 통해 "중소기업은 경영의 효율성 차원에서 핵심 분야만 남기고 생산 공정을 별도 자회사로 분리하거나 일부 공정은 분사 형태로 아웃소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세 대상에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동차부품 업종 같은 경우 비용절감, 기술 유출방지 등 경영효율차원에서 일부 공정을 분사하는 경우가 많고, 책임경영 차원에서 대주주가 자회사 지분에 참여했는데 마치 부당한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중기중앙회는 "사업연관성이 낮고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려운 자회사만 만들란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중소기업기본법 상의 중소기업 및 산업발전법 상의 중견기업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이와 관련해 상당수 조세전문가들도 중소기업들의 목소리에 공감의 뜻을 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세전문가는 "언론에서 주목한 30대그룹 총수일가는 일감몰아주기 과세에 대해 미리 준비를 해놓은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일반 중소, 중견 기업들은 대비를 못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신고대상 기업이 거의 중소기업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중소기업은 부의 '변칙상속'의 목적보다는 사업 확장과 효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부거래가 이뤄지는 면이 있다"며 "대기업에게만 일방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도입취지와 맞지 않는 부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