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9개 계열사 한달째 CEO 인선 '제자리'
경영전략수립 '난항'…낙하산 인사 우려도 '증폭'
우리금융지주의 계열사 CEO 인선이 제자리 걸음을 하며 출범 한달을 맞이한 이순우號의 시동도 꺼져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년 말까지 임기가 정해져 있는 이순우 회장의 경우 척박한 금융환경에서 우리금융의 수익성을 지켜내며, 3단계로 진행되는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하지만 계열사 CEO 인선이 예상보다 늦춰지며 짧은 임기 내에 목표를 이룰 수 있을 지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달 25일경 계열사 13명 중 11~12명을 교체하는 인사방침을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금융당국에 보고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에서 우리금융 계열사 CEO 선정과 관련 복수의 후보를 놓고 검증을 하고 있는데 당초 빠른 시일 내에 인사가 확정될 것이라는 기대를 무너 뜨리며 한달 넘게 계열사 인사가 멈춰져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우리금융은 오는 27일 하반기 경영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경영전략회의'를 일산 킨텍스에서 가질 예정이지만 계열사 CEO 인사가 늦춰질 경우 행사 파행이 불가피하다.
일단 우리금융 측은 계열사 CEO 인선 여부와 상관 없이 행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는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을 비롯해 계열사 CEO와 자회사 임원, 본부장, 지점장급 이상 간부 등 2400명이 참여하게 된다.
우리금융은 지난 6월 금호종금을 추가 편입해 14개의 자회사를 보유중이며, 이중 이순우 회장 체제 출범 후 계열사 CEO가 확정된 곳은 경남은행(박영빈 행장), 우리파이낸셜(황록 사장), 우리금융저축은행(김하중 행장), 우리투자증권(김원규 사장) 4곳에 불과하다.
이순우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무려 9개(우리카드, 우리PE, 우리 F&I, 우리 FIS,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자산운용, 광주은행, 금호종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계열사가 CEO 공백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중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경우 주재성 전 금감원 부원장이 내정돼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여타 계열사는 하마평만 무성할 뿐 아직까지 CEO를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의 계열사 인선이 늦춰지는 이유를 청와대와 금융당국의 과도한 입김 때문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순우 회장이 의욕적으로 대규모 계열사 인사를 추진했지만 청와대의 검증 바늘에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있는 것 같다"며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금융당국에서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기 위해 분위기를 살피고 있는 것 같다는 소문도 무성하다"고 전했다.
우리금융 계열사 CEO 인선은 끊임없이 낙하산 인사에 대한 구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일찌감치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에 내정된 주재성 전 금감원 부원장을 비롯해 우리아비바생명의 CEO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강영구 보험개발원장은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서울 휘문고 동문이라는 점 때문에 말들이 많다.
앞서 신규 선임된 우리투자증권 김원규 사장은 친박계 의원인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의 형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현재 낙하산 인사 반대를 이유로 우리금융 본점 로비에서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는 박재완 우리아비바생명 노조위원장은 "우리아비바생명은 영국 아비바와 지분 매각 문제, 영업환경 악화에 따른 자기자본 확충 문제 등 현안들이 수두룩한데 업체 상황을 잘 모르는 낙하산 인사가 와서 2~9개월 정도의 임기 동안 무엇을 할 수 있겠냐"며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의 계열사 CEO 인선 지연으로 인한 경영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이제 출범 한달을 맞이한 이순우 회장 체제에 상당한 타격을 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순우 회장은 내년 말까지 1년반 정도 임기를 남기고 있는데 계열사 CEO 인선이 늦춰지게 되면 그만큼 손발을 맞춰볼 시간을 잃어 버리게 되는 것"이라며 "더구나 이 회장이 금융지주의 역할을 축소하고 계열사의 책임경영을 강조한 상황에서 올 하반기 경영전략 수립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