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G경제연구원은 세계경기 및 국제무역이 침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보호무역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각국의 수입규제조치가 늘어 국가간 통상마찰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중국간의 마늘분쟁, 중국과 일본간의 무역분쟁, 미국과 EU간의 호르몬육우 분쟁 등 해묵은 분쟁과 새롭게 불거지는 분쟁들이 엉키고 설키면서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실제 지난 1995년 156건이였던 반덤핑 제소건수는 1999년 339건으로 2배이상 늘었으며 2000년에는 한풀 꺾이기는 했어도 251건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올 반덤핑제소 늘어난다
보고서는 반덤핑조치는 수입규제의 8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빈번하게 쓰이고 있으며, 세이프가드조치는 공정무역일지라도 자국산업에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긴급수입제한 목적으로 쓰이면서 산업피해 구제효과가 커 주로 개도국의 사용빈도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따라 하반기 들어 교역증가세가 주춤해지고 세계무역환경이 악화되면서 때문에 반덤핑제소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998년을 제외하고 세계무역신장률이 낮았던 1996년과 1999년에는 반덤핑제소증가율이 높았던 반면 무역신장률이 높았던 1997년과 2000년에는 반덤핑제소증가율이 낮아졌다는 것에서도 전망해 볼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수출품 해외 수입규제에 따른 피해 늘 듯
보고서는 또 지난 98년에 68건이었던 수입규제건수는 해마다 늘어 2001년 7월 현재 88건에 이르며 조사중인 건만도 36건에 달해 하반기에는 수입규제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고 풀이했다. 문제는 올들어 우리나라의 수출이 마이너스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외국의 대한수입규제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수출업체가 반덤핑관세를 맞게 될 경우 그 피해는 막심하다. 예로 지난해 말 EU로부터 반덤핑 확정관세를 부과받은 폴리에스테르 단섬유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중 EU지역으로 7천만달러상당을 수출해 전년동기대비 100%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다가 잠정관세가 부과된 7월 이후에는 증가율이 -25%로 급반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6월 뉴질랜드로부터 반덤핑판정을 맞은 한국산 냉장고와 세탁기는 향후 수출이 중단될 지경에 이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반기 통상마찰의 확대 조짐
美 부시대통령은 지난 6월5일 외국산 철강에 대해 세이프가드조사를 요청할 것을 발표한데 이어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조사대상품목을 선정하고 정식으로 美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조사를 요청했다. 만약 ITC의 조사결과 수입쿼터가 1995∼1997년 연평균 수출액 수준으로 책정될 경우 우리나라의 대미철강수출액은 지난해의 60% 수준(9.9억달러)까지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변화도 심상치 않다. 그동한 수입규제에 소극적이던 일본은 최근 7년만에 덤핑조사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와 대만의 폴리에스테르 단섬유는 이미 4월부터 덤핑조사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일본은 타올, 양식기, 도자기, 니트 등의 제품에 대해서도 세이프가드 조치를 위한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중국,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개도국에서도 수입규제조치들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최근 파키스탄도 반덤핑법을 공포해 점차 개도국들도 법령정비를 통해 자국산업 보호에 나설 전망이다.
◆민관 합동으로 대비책 강구해야
LG경제연구원은 가장 좋은 대비책으로 사전예방과 대응논리의 개발을 꼽았다. 수출업체는 덤핑의혹을 받지 않도록 '소나기식 수출'은 삼가고 국내시장가격과 원가구성비 등의 증빙자료도 평소 준비해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중마늘분쟁에서 봤듯이 마늘 3만톤을 불허하다 핸드폰 및 폴리에틸렌의 대중수출이 전면중단될 위기에 몰렸던 바와같이 소탐대실을 피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개방화정책과 구조조정의 지속적 추진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는 미국 및 EU의 자동차시장개방압력, 회사채 신속인수에 대한 보조금 시비 등을 잠재울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라는 것.
특히 업체와 정부는 긴밀한 협조관계 아래 부당한 수입규제나 통상마찰에 대해 WTO 제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DRAM, 컬러TV, 스테인레스강 등에서 미국의 반덤핑조치에 대해 WTO 승소를 거뒀다. 앞으로 통상마찰이 격화될 경우 WTO의 분쟁해결기구(DSB)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함께 개도국의 동향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WTO 출범 이후 개도국들의 참여가 부쩍 늘고 있으며 제소건수에서도 개도국 비중은 이전의 31%에서 47%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중 WTO에 통지된 반덤핑 제소의 54%는 개도국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우리 수출업체들은 개도국 가운데서도 경제규모가 크고 수입대체전략을 추진중인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공 등의 수입규제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지역무역협정(RTA)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 통상마찰 극복방안을 들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172개의 지역무역협정이 발효중인데 우리나라는 일본, 중국과 함께 비회원으로 돼 있다. 예로 멕시코는 지난 1999년 1월부터 전품목에 걸쳐 수입관세를 인상했는데, 자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8개국은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켜 결국 우리나라와 같은 비회원국만 불리한 수출여건을 안게 됐다. 따라서 정부는 자유무역협정을 새로운 글로벌전략의 중요한 수단으로 간주해 이를 장기적 시각에서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