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 '세금광풍'…억울하다는 국세청 왜?

김영기 국세청 조사국장 "세무조사로 걷은 세금, 작년보다 줄었다"

최근 연이은 대기업 세무조사 착수사실이 알려지면서 재계 비판여론 중심에 서 있는 국세청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기세무조사 등은 국세청 본연의 업무 중 하나인데, 이를 부족한 세수확보를 위한 의도적인 조사로 몰아가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세무조사와 관련해 '세금폭탄', '세금광풍' 등 자극적 표현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거듭 '난색(難色)'을 표했다.

현실과 달리 상당부분 부풀려졌다는 얘기다.

김영기 국세청 조사국장은 25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세무조사는 국세청이 늘 하는 일인데 이를 두고 세금폭탄, 세금광풍 등 자극적인 표현이 자주 나온다"며 "실제로 세무조사로 세금을 더 걷었으면 몰라도 올해 상반기 세무조사로 걷은 세금은 작년보다 적다"고 말했다.

김 조사국장은 이어 "구체적인 수치는 언급하기 어렵지만, 세무조사를 세수확보 목적으로 하는 일이 없고, 모든 조사는 신중을 기해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세청 세무조사에 대한 재계의 민감한 반응은 최근 침체된 경기상황과 직결돼 있다는 평가다.

김 국장은 "경제가 좋을 때는 세무조사나 공정위 조사를 많이 해도 기업들이 거쳐 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견뎌내지만 지금처럼 경기상황이 워낙 좋지 않으면 기업들이 조사를 통해 받는 임펙트가 크다"며 "최근 세수상황 악화, 일부 대기업 검찰수사 등 외형적 요인들이 겹쳐져 국세청 조사가 실제 상황보다 강하게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세무조사는 성실신고 담보차원에서 반드시 국세청이 해야 하는 것"이라며 "올해 조사건수는 주로 매출액 500억원 이하 중소법인 위주로 줄이겠지만 4대 분야(역외탈세, 대재산가·대기업, 고소득자영업자, 민생침해사범)에 대하 조사는 엄중한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국장은 최근 대표적 자영업자 표적조사로 잘못 알려져 있는 CJ푸드빌의 제과 프랜차이즈 '뚜레주르' POS(Point Of Sale System) 문제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이 문제는 일각에 알려진 것과 달리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세금고지서를 발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이 문제는 국세청이 수정신고를 안내한 것이지 세금고지서를 발부한 게 아니다"며 "보도를 보면 국세청이 4~5년치 세금을 한꺼번에 물렸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역으로 납세자에게 4~5년 동안 장부를 보관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그 기간 성실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POS 데이터의 신뢰도와 관련 "POS에 표시된 가맹점 매출액은 가맹점 측이 본사에 내는 수수료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부풀리거나 조작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국세청의 세무조사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정치권의 지적에 "우리나라가 전반적으로 미국, 일본보다 대법인 조사비율이 40% 정도 낮고, 전체법인 대비 세무조사비율은 1%에 불과하다"며 "조사비율을 늘리기 위해선 조사인력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국장은 향후 국세청이 최근 검찰의 수사 중심에 있는 전두환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특정인에 대한 세무조사 여부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만 우리가 할 일은 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아 달라"며 "지하경제 4대 분야 조사는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