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가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연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핵심을 현장중심 행정으로 내세운 만큼, 정 총리도 국민들의 고충을 직접 피부로 느끼기 위해 민생현장을 연달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정 총리는 지난 2월26일 취임식에서 이미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들께 다가가서 열심히 듣고 소통하는 '국민 곁의 총리'가 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실제로 정 총리는 취임 이후 국무총리로서 국민들과 잘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는 강행군을 계속했다.
지난 5개월 동안 서울시 인사동 화재현장, 연평도 피해현장, 숭례문 복원현장, 남대문 시장, 울산 반구대 암각화, 인천공항 검역현장, 서울시 충무초등학교 토요돌봄교실 등을 방문하며 민생을 직접 살폈다.
지난 6월20일에는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위해 '시민사회발전위원회'(시민위)를 발족, 국정운영의 핵심 파트너로 시민단체를 꼽고 이들의 의견을 국정운영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총리가 아무리 바쁘게 민생현장을 뛰어다녀도 모든 국민들이 총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다. 현장(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도 정 총리가 국민들과의 소통을 넓혀야 하는 이유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온라인을 활용하면 보다 많은 국민들과 더 쉽고 빠르게 소통할 수 있지만, 정 총리의 경우 국민들과의 온라인 소통에는 별 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상황이다.
총리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 총리는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도 갖고 있지만, 카카오톡은 물론 페이스북·트위터 등과 같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전혀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가 처음부터 SNS를 활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 총리의 SNS에 광고성향이 뚜렷한 글이나 음란성이 짙은 글들이 자주 게재됐기 때문에 이용하지 않게 됐다는 전언이다.
반면 김황식 前국무총리를 비롯해 전현직 고위 공무원들은 정 총리와 달리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왔다.
김황식 前총리는 재직 당시 국무총리 전용 메모지에 연필로 쓴 글을 직접 스캔해 페이스북에 올리는 '연필로 쓴 페이스북'을 총 100회나 게재했다.
메모를 시작할 당시 페이스북 친구(페친)이 1만명도 채 되지 않았지만, 퇴임시에는 28만명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최근에는 '연필로 쓴 페이스북 지산통신(芝山通信)'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며, 평범한 시민으로서 자신이 경험하고 배우고 느낀 것을 국민 여러분들과 공유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박재완 前기획재정부 장관도 대표적인 고위직 공무원 SNS 유저다. 박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책 대담을 갖는 등 SNS를 폭넓게 활용했다.
특히 재직 당시 '페친이 묻고 장관이 답하다'라는 제목으로 국민들과 대담을 갖고 복지공약, 일자리, 기름값, FTA, 생활물가 등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수많은 질문을 받고, 댓글 창을 활용해 박 장관이 직접 실시간으로 답변을 해주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수장인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제정책 관련한 소식을 알리는 한편, 민생현장을 방문했던 행보까지 고스란히 담아내는 등 국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SNS를 적극 활용 중이다.
한편 총리실 관계자들은 하루 24시간도 모자라는 빡빡한 총리 일정상 정 총리가 직접 SNS에 글을 올릴 수가 없고, SNS를 볼 시간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정 총리가 아무래도 다수의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SNS를 할 시간이 없다"며 "매일 보고를 받는 문서의 양도 많아 이것을 일일이 검토하는 시간에 하루가 모자를 지경이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