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설탕 관세를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함에 따라 이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8일 2013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현재 30%인 설탕의 기본 관세율에 잠정세율을 적용, 20%로 낮춘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잠정세율은 기본세율을 비롯한 다른 세율보다 우선 적용되는 것으로 관세법에 설탕의 기본세율이 30%로 규정됐더라도, 잠정세율이 있다면 이것이 우선 적용된다.
정부가 세율을 인하하는 이유는 물가안정과 국내 설탕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가격안정을 유도하기 위한 포석.
설탕의 원재료가 되는 원당은 관세율이 3%인데 반해, 설탕은 관세율이 30%인데다가 국내 설탕시장이 '과점구조'로 편재, 경쟁이 제한돼 있다.
국내 설탕시장은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3사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구조인데 실제 이들 기업은 지난 2007년 출고량과 가격을 담합해 경쟁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설탕관세 인하 개정안이 무사히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업계는 높은 관세율을 유지해야만 수입 설탕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막고, 국내 설탕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는 논리로 관세율 인하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그동안 정부와 업계는 설탕관세율을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해 왔다.
지난 2011년에는 기재부가 제출한 설탕 관세율 35%에서 30%로 인하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지난해 8월 다시 정부가 설탕 관세율을 5%로 낮추는 개정안을 제출하자 업계가 강하게 반발, 국회 통과가 무산된 바 있다.
정부는 업계의 반발을 의식해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는 기본 관세율을 그대로 두되, 잠정세율을 20%로 설정하 '절충안'을 내놨지만 업계가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설탕 관세율이 30%로 인하됐지만, 직전년인 2010년 설탕에 할당관세(0%)를 적용, 현재 무관세로 수입되고 있다.
할당관세의 경우 '일몰'이 있지만 잠정세율의 경우 정부가 이를 철폐하지 않는 이상 할당관세 일몰종료 후 30%의 관세율로 회복이 어렵게 된다는 점에서 업계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 설탕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되, 국내 제당업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잠정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라며 "수입량 급증에 따른 국내산업 피해 발생시 기본세율로 환원 또는 세율을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