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액공제율 10%→3~5%로…법인세 부담 오를 듯
기재부 "세법개정으로 법인세 1조원 이상 증세"
그동안 대기업 중심으로 세금감면 혜택이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R&D 설비투자 세액공제 등 각종 기업 투자세액 공제제도가 대폭 개편될 전망이다.
정부는 현행 10%대인 각종 투자세액공제율을 기업규모별로 3~5% 수준으로 대폭 낮출 방침이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는 3%로 낮춰져 세금 부담이 상당 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3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R&D설비 투자세액공제 ▲에너지절약시설 투자세액공제 ▲환경보전시설투자세액공제 ▲의약품 품질관리 개선시설 투자세액공제 등 4종류의 투자지원세제가 전면 '재설계' 될 예정이다.
□ 사실상 대기업 증세…"4000억 증세효과" = 이번 투자지원 세제개편 효과로 약 4000억원 상당의 법인세 증가효과가 예상된다. 세액공제율이 줄어들면 그만큼 법인세로 납부해야 하는 금액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행 10% '정률'로 규정된 ▲R&D설비 투자세액공제 ▲에너지절약시설 투자세액공제 ▲환경보전시설투자세액공제 등 3종류의 감면제도를 중소기업 5%, 중견기업 4%, 대기업 3%로 각각 차등 인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현재 7%의 세액공제율이 적용되고 있는 의약품 품질관리 개선시설 투자세액공제율도 중소기업 5%, 중견기업 4%, 대기업 3%로 각각 낮추기로 했다.
이번 개편은 명목적인 법인세율 인상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증세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들 4종류의 투자세액공제를 통해 연간 4000억원의 세수증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기본공제율 및 최저한세율 인하 효과 등을 감안하면 세법개정을 통해 약 1조원 이상의 법인세 증세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그동안 이들 투자세액공제 혜택이 대기업 위주로 집중된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증세효과는 주로 대기업에 귀착될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들은 크게 세금 부담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고로 이번에 개편되는 4종류 투자세액공제는 평균 85% 이상 대기업에 감면효과가 귀속되며, 특히 에너지절약시설 및 R&D 설비투자 공제제도에 따른 세금감면 효과는 95% 이상 대기업이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예산 '중복지원' 조정…기업 세금감면 축소 이어질 듯 = 이번 세액공제 전면인하 개편 배경은 이미 관련분야에 상당금액의 예산이 지원되는 실정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줄곧 강조해 온 '예산낭비 방지' 차원의 조치로도 볼 수 있다.
실제로 현재 세출예산 지원을 통해 에너지절약시설 설치비용 융자지원금이 3000억원에 달하며, R&D분야 지원에 투입된 예산도 3조2000억원에 육박하는 등 이미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 상황에서 굳이 세금감면 혜택까지 동시에 부여할 실익이 낮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의약품 품질관리개선시설이나 환경보전시설은 대부분 법적으로 설치가 의무화돼 투자활성화 효과가 미미하고, 에너지절약시설, R&D시설도 현재 세출예산으로 상당 부분이 지원되고 있어 조세지출을 정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세법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은 이후에도 예산지출과 세금감면 혜택이 겹치는 부분을 찾아 단계적으로 지원 규모를 축소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 내후년에도 중복지원 되는 분야를 계속 검토해서 세액공제율 등을 재조정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