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비·의료비 '세액공제' 전환…중산층 이상 세부담 '↑'

공제율 12~15%, 공제한도는 '현행유지'

올해 정부 세법개정안의 '백미(白眉)'로 손꼽히는 의료비, 교육비 등 각종 특별소득공제 제도의 세액공제 전환 결과물이 공개됐다.

연말 국회 세법심의를 거쳐야 법적 효력이 발생되겠지만,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세법개정안의 기대효과는 "중산층 이상의 세금 부담을 높여, EITC(근로장려세제) 등 저소득층 지원에 활용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말그대로 윗돌과 중간돌 일부를 빼내어 아랫돌을 메우겠다는 복안인 셈.

특히 이번 세법개정으로 전체근로자의 약 28% 정도를 차지하는 '연소득 3450만원(개인 기준)' 이상 중산·고소득층 가구의 세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소득공제→세액공제' 개편을 통해 이들로부터 총 1조3000억원의 세금이 추가확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획재정부는 8일 발표한 '2013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현행 소득공제 중심의 의료비, 교육비 등 각종 특별공제 제도를 세액공제 형태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및 조세제한특례법 개정작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소득공제→세액공제 전환…중산층 이상 세부담 '↑' = 개정안에 따르면 그동안 소득공제 방식으로 혜택이 주어졌던 교육비, 의료비, 기부금 등 각종 특별소득공제가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뀐다.

정부는 우선 현재 소득수준에 따라 세금감면 효과가 제각각인 교육비, 의료비, 기부금 소득공제 혜택을 15% 단일 공제율이 적용되는 세액공제 방식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연금저축, 보장성보험료, 노란우산공제(소기업·소상공인공제부금)은 12%의 세액공제율이 적용된다.

이렇게 될 경우, 저소득층과 비교해 좀 더 많은 소득공제 혜택을 받았던 중산층 이상 근로자(약 434만명)의 세금 부담이 종전보다 늘어나게 된다.

예컨대 그동안 연간 1000만원을 교육비로 지출한 경우, 적용되는 소득세율에 따라 연소득 3억원 이상 근로자는 약 380만원, 연봉 1200만원 이하 근로자는 약 60만원 정도 공제혜택을 봤는데 세액공제 전환 시 양쪽 모두 약 150만원의 공제혜택을 받게 되는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액공제는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적용되기 때문에 고소득 근로자의 세부담은 늘어나는 반면, 저소득층 세금 부담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제한도는 현행 수준(의료비 700만원, 교육비(대학생 900만원, 고등학생 이하 300만원), 보장성보험료 100만원, 연금저축 400만원, 노란우산공제 300만원)이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정부는 별도의 특별공제를 신청하지 않은 근로자와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표준공제 방식도 근로자는 12만원, 사업자는 7만원으로 각각 단일금액으로 적용키로 했다.

정부는 이번에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기타 특별공제 제도들은 향후 단계적으로 세액공제 형태로 전환하기로 했다. 다만 근로자 필요경비 성격이 강한 본인 및 부양가족 기본공제, 근로소득공제, 건강보험료·국민연금 등은 기존 소득공제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 다자녀, 출생, 양육비 공제→'자녀세액공제'로 통합 = 다자녀 공제 등 자녀와 관련된 각종 인적공제제도도 세액공제 형태로 단순화 될 전망이다.

현행 세법상 6세 이하 아동 1명당 100만원, 출생·입양 시 1명당 200만원, 자녀 2명 이상 가구에 다자녀추가공제(2명까지 100만원, 초과 시 1명당 2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이 부여되는데, 정부는 이를 '자녀세액공제'로 통합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자녀 2명까지는 1명당 15만원, 자녀가 2명 이상인 가구는 30만원에 초과 1명당 2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이 부여된다.

한편 연간 50만원의 공제혜택이 주어지는 '부녀자공제'(배우자가 없고 부양가족이 있는 여성세대주 등에 혜택) 적용대상을 연소득금액 1500만원(총급여 2500만원 수준) 이하로 축소하는 방안도 추진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고령층 의료비 지출에 따른 세부담 완화 차원에서 연금저축 중도 해지금액에 적용되는 세율을 기존(15~20%)보다 각각 3~5%p씩 낮추는 방안도 추진된다.

□ '십시일반(十匙一飯)'…근로소득공제 전 구간 하향조정 = 전체 근로자의 약 40%를 차지하는, 소득세를 단 1원도 내지 않는 '면세점 근로자'를 줄이기 위한 대책도 추진된다.

정부는 현재 소득구간별로 5~80%의 공제율(▲500만원 이하 80% ▲500~1500만원 50% ▲ 1500~3000만원 15% ▲3000~4500만원 10% ▲4500만원 초과 5%)이 각각 적용되고 있는 근로소득공제를 전면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근로소득공제를 ▲500만원 이하 70% ▲500~1500만원 40% ▲ 1500~4500만원 15% ▲4500만원~1억원 5% ▲1억원 초과 2%로 각각 수정한다. 총급여 기준이 최대 1억원으로 증가한 이유는 소득세 최고구간(3억원 초과) 세율인상을 반영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소득기준과 관계없이 근로소득공제율을 전반적으로 내리는 것인데, 이렇게 될 경우 근로소득 과세표준 금액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근로자 전반적으로 소득세 부담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이번 소득세제 개편작업을 통해 근로자 전체적으로 약 1조3000억원의 '증세' 효과가 예상된다.

기재부 김낙회 세제실장은 "소득계층별 평균 과세내역 분석결과, 이번 세법개정 효과로 총급여 5000만원 이상 근로자의 세부담이 평균 83만원에서 99만원으로 약 16만원 늘고, 8000만원 초과 근로자는 지금보다 약 33만원 세금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