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월급쟁이 세금폭탄…야당 협조 구해야"
與, 10월 재보선·지방선거 앞두고 '부담백배'
지난 8일 발표된 박근혜 정부 첫 세법개정안이 '중산층 근로자 세(稅)부담 강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야당은 이번 세법개정안에 대해 '월급쟁이 세금폭탄'으로 규정하고 정기국회에서 정부와의 '일전'을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표면적으로는 경제활성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정부 정책기조에 '환영' 시그널을 보냈지만, 중산층 근로자 세 부담 강화가 눈앞에 놓인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다.
만약 10월 재보선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여당도 정기국회 논의과정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태도변화'를 보일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정기국회에서 여야의 정치적 선택이 정부의 정책기조를 크게 꺾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 野 "1% 위해 중산층 세 부담 전가…수정 불가피" = 민주당은 당장 세법개정안에 대한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월급쟁이 세금 폭탄"이라며 "세법개정안이 일방적으로 국회통과가 어려운 만큼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일감몰아주기 과세 완화는 대기업 때문에 어렵게 통과한 제도인데 당초 취지가 무시되고 있다"며 "중견·중소기업으로 과세가 확대된 면이 있어 이 부분이 축소되는 것은 우리도 이해하지만 대기업까지 완화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정책위의장은 이어 "지금 대기업들 유보금을 쌓아놓고 있는데 더 쌓아놓도록 세제를 운영해서 되겠느냐"며 "지금 내수가 안 좋은데 내수를 살리려면 중산층의 소비가 늘어나야 한다. 그 부분을 도외시하고 있어서 '경제 살리기' 세제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야당 간사인 김현미 의원도 "1%를 보호하기 위해 중산층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세법개정안"이라고 혹평하며 "세법이 일방적으로 통과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획재정위 소속 정의당 박원석 의원 역시 이날 논평을 통해 "세법개정안의 최대 피해자는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인 반면, 최대 수혜자는 재벌과 부유층"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교육비·의료비의 세액공제 전환에 대해 "근로소득자는 매년 1조3000억원의 추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며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연간 6000여억원의 추가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데 이들 중 상당수는 영세자영업자들"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조세일보 기자와 통화에서도 "상속증여세나 금융소득 등 불로소득에 대해서는 과세를 완화하고 있다"며 "지난 MB정부의 기조와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기국회에서 재정건전성, 세부담 형평성, 세원확대를 고려해 세법방향을 수정토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與 겉으로는 찬성하지만…선거 앞두고 '전전긍긍' =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기본적으로 '경제활성화'에 주력한 세법개정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 위원장인 나성린 의원은 9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얼마 전 당정협의를 할 때 정부에 중산서민층 세 부담을 지적해 정부가 대폭 수정한 것"이라며 "한 달 평균 1만여원 정도 늘어난다. 결코 세금폭탄이 아니다. 그런데도 '세금폭탄'이라는 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고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산층 근로자의 세부담이 가중되는 것에 대해 적잖이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심의과정에서 국민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중간소득층의 세 부담을 소득구간별, 가구별 특성에 따라 분석해서 한꺼번에 과도한 세부담이 증가돼지 않도록 심의과정에 반영할 것"이라며 세법개정안의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최 원내대표는 또 다른 논란거리로 작용할 소지가 큰 농수산물의재매입세액공제 한도축소 등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 기재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도 정부 세법개정안에 대해 "당정협의 때 중산·서민충에게 세부담을 절대 지우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볼 수 없지만, 세법 심의 과정에서 세부담이 드러나면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새누리당 의원 역시 "기재위 여야 의원이 동수고 심의하는 조세소위도 여당이 과반이 안 된다"며 "절대 여당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야당의 주장도 일부 포함되는 등 수정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