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행 중인 하우스푸어(house poor) 대책이 고전하고 있다.
하우스푸어란 대출 받아 집을 산 뒤 빚 부담이 커진 계층을 말하는데, 부동산 침체 이후 금융권의 뇌관으로 지목돼왔다.
정부는 지난 4월 '4.11 부동산 대책'과 함께 은행권 프리워크아웃(pre-workout) 제도를 시행, 하우스푸어가 이자 감면이나 분할상환 연장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나 자격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차주가 여전히 많은데다 부동산 경기도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13일 금융위원회는 향후 채무 조정 제도의 폭을 더 넓히고, 주택담보 대출비율(LTV)과 소득대비 대출비율(DTI)의 완화를 빠른 시간 안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하우스푸어의 빚 부담을 덜어주고 부동산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조치이지만, 향후 오랜 기간 경기 침체가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다 오히려 가계 부채만 늘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에 따르면 은행권 프리워크아웃에서 탈락한 경우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으나 지난달까지 118건에 해당하는 담보대출의 차주만 채무 조정 절차를 밟고 있다.
주택 연금 사전 가입은 지난 6~7월 간 121건이 승인됐다.
전세 자금 지원은 6월 말 현재 한국주택금융공사를 통해 19조5000억원의 보증이 이뤄져 전체 전세 자금 대출(25조5000억원)의 76.5%를 차지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빚을 내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전세나 월세에 대한 문의만 있다"며 "업계에서는 부동산 침체가 10년 이상 갈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정부는 또 향후 LTV 및 DTI 규제를 완화해 대출 한도를 더 늘리고 소액 임차 보증금의 보험 대출도 프리워크아웃 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일부 은행에서는 최근 1년 동안 누적 연체 일수가 30일 미만이어도 프리워크아웃을 승인해준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6억원 이하의 면적 85제곱미터(약 25.7평) 이하의 주택에 대한 채권만 매입했으나 이 기준이 폐지된다. 담보 주택이 6억원 이하인 경우 면적에 관계없이 채권을 매각할 수 있게 되는 것.
이 밖에 대출 거치 기간 종료가 임박한 채권도 매입할 수 있으며, 동일인의 보증 한도는 1억5000억원에서 2억원으로, 소득대비 보증 한도는 연 소득의 1.5~3배에서 2.5~4배로 증가한다.
예컨대 연 소득 3000만원의 직장인이 보증금 1억5000억원의 주택에 전세로 거주할 때 현재는 전세금 대출을 66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으나 앞으로는 1억원까지 가능하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출 한도를 늘리는 것이 오히려 가계 부채 문제를 더 키울 위험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