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복도, 침통한 세제실…' = 전력수급 문제로 각 정부부처가 오후 피크타임에 전기사용 자제를 위해 소등을 하고 있는 가운데 13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4층에 위치한 세제실 각 사무실로 통하는 복도도 불이 꺼진 모습이다. 현재 세제실 분위기는 '중산층 근로자 증세' 논란으로 무겁게 가라앉은 상황이다.
지난 8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으로 세법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한 원점 재검토 결정이 내려진 가운데 세법개정안 마련의 핵심역할을 한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은 상황이다.
'패닉상태'라는 표현이 잘 어울릴 정도다. 세법개정안은 세제실의 1년 농사를 수확하는 '추수'나 다름없다. 그만큼 세제실 사람들에게는 세법개정안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국민적 반발여론에 야당은 물론, 힘이 되어줄 것으로 믿었던 여당 마저 등을 돌렸고, 대통령까지 태도를 바꿔, 잘못된 정책방향이라고 못을 박으면서 '정책동력'을 상실, 항복선언 끝에 현재 세법개정안 수정 작업이 당정협의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세제실 사람들은 대통령이 직접 세법개정안 내용에 대해 '퇴짜'를 놓은 것을 두고 사상 초유의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세제실 사람들의 자존심은 종잇장처럼 구겨졌고, 통상 세법개정안 발표 후 홀가분하게 떠나려 했던 휴가 일정도 어그러졌다는 전언이다.
힘은 힘대로 쏟고 욕은 있는 대로 다 먹은 상황에서 세제실 사람들의 '사기' 또한 바닥으로 내려앉은 모습. 특히 중산층 근로자 세부담 증가에 모든 시점이 집중되면서 세제실에서 열심히 검토해 내놓은 각종 세부담 형평 및 과세정상화 정책들까지 평가절하되면서, 자조섞인 한숨을 쏟아내는 모습들이 엿보이고 있다.
세제실의 한 관계자는 "그나마 원칙적 측면에서는 (소득공제→세액공제 전환 등) 잘 된 세법개정안이라는 평가를 받아서 다행이지만, 세부담 증가 논란에 이 평가들마저 희석된 것 같다. 대통령까지도 부정했으니 일할 맛이 안 난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세제실은 초상집 분위기다. 1년 농사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으니 당연한 것 아니겠냐.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각에서는 어느 정도 논란이 불거질 것을 예측했다면, 사전에 방향성뿐만 아니라 다소 구체적인 내용을 공청회 등을 통해 내놓고 여론의 반향을 미리 가늠하는 작업을 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국민들 입장에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수치적 설명이 없다면 구체적으로 체감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며 "1, 2만원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세부담을 올리는 것처럼 보였을 수 있다"고 전했다.
전직 세제실 출신 선배공무원들도 이번 사태로 인한 세제실의 고충 증가에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직 세제실 출신 관계자는 "세법개정안을 내놓으면 국회에서 수정된 적은 있어도 이렇게 대통령이 말해서 수정된 적은 없었다"며 "대통령이 말한 '증세 없는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전직 세제실 출신 관계자는 "대통령 말에 따라 수정을 해도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특히 야당이 수정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 등 외의 방안으로 성난 여론이 무마될지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