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근로자 세부담 증가 방안을 내놓으며 거대한 국민적 반발을 불러온 기획재정부가 발빠르게 움직이며 세법개정안 수정안을 제시했다. 연소득 5500만원 이상 근로자부터 실질적으로 소득세 부담이 증가하도록 제도를 재설계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지시가 나오기 직전까지 반발여론에도 기존 정책기조 고수를 고집하던 기재부는 '근로소득세액공제'를 조정하는 방식을 차용, 연소득 5500만원 이상 근로자들부터 세부담을 증가시킨다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일단 기재부가 당초 밝힌 소득공제 제도의 세액공제 전환 기조는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다만 연소득 5500만원 이하 근로자에 적용되는 근로소득세액공제 한도를 현행 50만원에서 66만원으로 상향조정, 세액공제 전환에 따른 세부담 증가효과를 완충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연소득 7000만원 이하에 적용되는 근로소득세액공제 한도는 50만원에서 63만원으로 조정했다. 이를 통해 5500만원∼7000만원 근로자들은 현재보다 소득세 부담액이 연간 2∼3만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연소득 3450만원부터 7000만원 구간 근로자들에 대해 소득세를 단계적으로 연간 16만원까지 높이도록 설계했던 방침은 철회했다. 이에 따라 연소득 5500만원 이하 근로자들의 세부담은 아무런 변동이 없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이 같은 조정으로 인해 정부는 당초 원안 대비 4400억원 수준의 세수효과가 빠져나가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정부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금액을 기록하고 있는 사업자에 대한 전자세금계산서 발급을 의무화하고 현금거래 탈루 가능성이 높은 업종을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업종으로 지정하는 등 제도개선을 추가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국세청의 세무행정력을 강화해 유흥업소·고급주택 임대업 등 현금 수입업종과 취약업종에 대한 정보수집 및 현금거래를 통한 탈세 등에 대한 검증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 같은 제스처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8일 발표 이후부터 반발여론이 거세게 불거지면서 사실상 정부의 정책기조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고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못'을 박으면서 정책기조의 급선회가 현실화됐다.
특히 고소득 자영업자 과세강화, 대기업에 대한 과세강화 등 '보완 추진과제'를 담은 부분도 중산층 세부담 증가를 국민들에게 요구하기 위한 '선결과제'를 간과했기 때문에 논란을 더욱 키웠다는 안팎의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부자증세를 요구하고 있는 야권을 달래기 위한 목적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단 안팎에서는 기재부가 '급한 불'은 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번 논란이 쉽게 잦아들 것으로 보기에는 상황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증세 대상을 대폭 줄였지만(434만명→229만명) 증세안 자체가 폐기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증세 없는 복지재원 확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정치적 논란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와 함께 세법개정안 발표 닷새만에 방침을 선회하는 사상 초유의 행보를 취하면서 정부의 정책신뢰도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는 점도 극복이 좀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거위발언' 논란을 일으킨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과 현오석 부총리에 대한 리더십 논란 및 교체논란도 쉽게 잠잠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