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침체 건설업계 어려움 전혀 고려 안됐다" 한숨
'2013년 세제개편안'에 가장 허탈감을 느끼는 산업으로 건설업계가 꼽히고 있다.
장기침체에 빠진 건설업계는 이번 세제개편안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건설ㆍ부동산 관련 세제의 상당부분이 건설산업의 호황기에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 많아 업계는 물론, 학계나 조세전문가들 사이에도 현실 상황에 맞지 않는 항목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사정이 어려운 만큼 그동안 여기 저기 호소해왔고 전문가들은 물론 조세 담당 공무원들도 이런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잘알고 있어 내심 기대했다" 며 "어쩌면 이렇게 건설업계가 요구한 항목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는지 소외감마저 든다"며 한숨지었다.
주택사업 PF대출 보증으로 떼인 돈도 세금 물어야
건설업계와 조세전문가들은 개정돼야 할 항목으로 과거 기업들의 부동산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주택사업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로 인한 손실에 대해 과세'하는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계는 최근들어 시공한 사업장이 실패해 시행사의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손실을 손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고스란히 세금을 내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건설사 재무담당자는 “사업이 실패할 경우 시공에 참여한 건설사는 공사비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출금까지 대신 갚아 줘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며 “여기에 법인세까지 추가로 내게 돼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설명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PF에 대한 시공사 보증이 관례화 돼있는 건설업의 특성이 간과돼 초래된 문제”라고 지적하고 “실질과세 측면에서도 손실에 대한 세금부과는 논란의 소지가 많으므로 현실에 맞게 관련 법규를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건설업계 "중단된 재개발 사업비 손금 인정", "비사업용토지 중과 해소" 요구
이밖에도 재개발이나 재건축사업이 사실상 중단돼 건설비용을 회수하지 못하게 된 경우 손금으로 인정해 줄 것과 사업추진이 어려워 비사업용으로 전환된 토지에 대한 중과세를 없애달라는 요구를 꾸준히 해왔다.
현행 세법에는 비사업용 토지를 처분할 경우 양도세 지방세 등 모두 52%의 조세부담을 안게된다. 하지만 사업착수를 못한 토지의 경우 사업준비 비용, 보유비용, 금융비용 등을 감안하면 겉으로는 양도차익이 나지만 실제로는 손실이 발생하는데 50%가 넘는 세금을 또 다시 내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곳곳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중단되고 사업을 위해 토지를 사놓고 사업도 못하고 팔지도 못하는 토지가 속출하고 있다”며 “현행 법은 과거 부동산투기가 성행하던 때 만들어진만큼 손실이 쌓여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선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택부동산 세제도 모두 빠져... "임시국회에서라도 개편돼야"
건설업계는 주택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세제개선도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개정논의가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알려진 취득세 영구인하와 함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해소 등 주택부동산 활성화를 위해 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던 항목도 이번 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박사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힘든 시장구조에서 세수효과가 낮은 양도세 중과 규정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미국의 경우도 모기지사태 이후 부동산시장이 정상화된 것은 주택구매여력이 있는 계층의 투자가 살아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시장을 활성화해도 모자랄 판에 부동산 보유세를 올리려는 최근의 종합재산세 논의는 세원확대는 고려하지 않고 세수만을 늘리려는 미봉책"이라고 주장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세제개편에서 반영되지 않은 업계의 요구사항이 추후 열릴 임시국회에서라도 반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