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세무조사 무마로비' 사건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최악으로 치닫는 세수상황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국세청과 달리, 양대 세수기관 중 하나인 관세청은 평온한 가운데, 올해 세운 목표를 향해 전력질주를 하고 있습니다.
김덕중 국세청장이 CJ사건 여파로 계획했던 여름휴가를 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을 때(예정대로 휴가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백운찬 관세청장은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전국 세관을 돌며 세수확보 상황을 직접 점검했습니다.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크고 작은 비리사건에 몸살을 앓고 있는 국세청과 달리 관세청은 상대적으로 '비리청정지대'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국가관세종합정보망 구축과 신속통관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과거 세관직원들이 입고 다니는 '점퍼' 속을 오고가는 금품비리가 대부분 척결됐다는 전언. 금품비리와 거리가 멀어질대로 멀어지면서 아쉬운(?) 소리도 나오지만, 관세청 사람들의 자부심은 강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크고 작은 비위사건에 연루, 징계를 받는 관세청 직원들의 숫자가 줄어들기는커녕, 매년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관세청 비위직원 징계현황'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 6월까지 총 42명의 관세공무원이 경고와 감봉, 파면, 견책, 정직 등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2011년 14명의 직원이 징계를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18명, 2013년 6월까지는 10명의 직원이 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 자르듯 단정할 수는 없지만 추세를 감안할 때 지난해보다 올해 징계 건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징계를 받는 사유도 다양했는데요. 그 중에서도 '품위손상'으로 징계를 받은 직원이 26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뇌물비리로 통하는 향응수수와 금품수수로 징계를 받은 직원은 8명이었으며 공무상 성실의무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직원도 8명이었습니다.
지난해 6월 관세청 고위간부가 기업체 등으로부터 향응접대를 받은 사실이 적발, 징계(견책)를 받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품위손상은 주로 음주운전, 상해(폭행), 성매매 등으로 징계를 받은 것으로 실제 지난 2010년 2월 인천공항세관의 한 직원이 성매매를 한 사실이 들통나 기소유예를 받은 사건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사건이 도마 위에 올랐던 것은 공무원이 성매매를 한 것도 문제지만 2009년 7월 당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관련, '스폰서'로 지목됐던 A씨의 출입국 내역을 야당에게 전달, 해임을 당한 같은 세관 직원의 경우와 비교가 됐기 때문입니다.
관세청 내부에는 업무 전산화로 관세공무원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관세청은 그만큼 투명해졌고, 국세청은 아직도 업무의 전산화 속도가 느려 상대적으로 비리에 개입될 개연성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엿보이곤 합니다.
하지만 금품이나 향응 수수 등 '돈'과 연계된 비위사건은 적다해도 품위손상 등 공직기강과 관련한 징계를 받는 건수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관세청도 그다지 남의 조직 문제만을 타박할 입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