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몇 천 원짜리 물건도 신용카드로 구매하는 직장인 A씨. 정부가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 소득공제를 상대적으로 늘린다는 소식에 습관을 바꿔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다.
그는 며칠 전 동료들과 밤늦은 시간까지 회식을 한 뒤 체크카드로 술값을 계산하려다가 '서비스 이용 불가'라는 황당한 답변을 들어야 했다.
또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체크카드로 산 화장품을 환불 요청했더니 거의 한 달 만에 돈을 돌려받기도 했다.
정부가 올해 세법 개정을 통해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낮추는 대신 체크카드 소득공제를 현행 30%로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나, 체크카드의 미비점은 개선되지 않고 있어 소비자 불편만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신용카드의 소득공제율은 현행 15%에서 10%로 낮아지며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의 경우 30%로 유지된다.
연봉 4000만원의 직장인이 연간 2000만원을 신용카드로 사용하면 공제 받는 금액이 1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어든다. 반면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3배인 300만원을 돌려받는다.
체크카드는 은행예금에 남아있는 잔액 안에서 결제가 가능해, 외상 구매를 하는 신용카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실상 현금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다는 편리성을 제외하면 큰 메리트가 없다.
이 같은 점을 감안, 정부는 체크카드 소득공제율을 신용카드보다 높게 유지해 체크카드 사용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외환 위기 후 정부는 자영업의 소득 은닉을 막기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한시적으로 추진하면서 사용을 보편화시켰으나,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빚이 금융권 부실을 야기하면서 체크카드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그렇지만 오래 전부터 지적돼 온 서비스 개선은 나아지지 않고 있어 체크카드 사용의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전산 점검 업무를 하는 동안 체크카드의 결제 서비스를 제한하는데 이 시간에는 은행의 잔액이 파악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사용 빈도가 낮은 자정부터 새벽 시간에 점검이 이뤄지며 은행마다 시간이 다 다르고 5~10분 동안 잠시 중단되는 곳도 있지만 4시간 이상 서비스가 되지 않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결제 취소에 오랜 시간이 소요돼 입금이 지연되면서 소비자들이 겪어야 하는 불편도 크다.
체크카드를 자주 사용하는 대학생 B씨는 "물건을 살 때에는 돈이 바로 빠져나가면서 다시 돌려받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체크카드 사용 시간을 통일하고 결제 취소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려고 노력 중이나, 은행들의 시스템상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대부분의 체크카드는 할부 결제가 안되고 상당 부분의 생활비를 신용카드로 충당하는 저소득층에 대한 차별 논란도 체크카드의 발목을 잡는다.
대형 카드사의 한 임원은 "소득공제액이 많은 고소득층을 제외하면 이제는 소득공제 때문에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생활비를 신용카드로 사용하는 직장인들의 불만이 더 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