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 횡포 신고하면 물량공급 끊겨, 부당행위 인정받아도 '갑' 제재로만 끝나
최근 '갑을' 문제해결을 위해 공정거래법과 가맹사업법, 하도급법이 개정되고 있으나 아직도 '을'은 신고도 어렵고 신고를 해도 손해를 보상받지 못해 피해를 그대로 감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회관에서 26일 개최된 '공정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는 민병두 민주당 의원, 김남근 경제민주화국민본부 등 시민단체와 불공정 사건을 직접 신고한 5명의 대리점주가 참석해 갑을 문제해결을 위한 제도개혁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대리점주는 "공정위에 신고를 하자마자 상품 공급이 끊겨 영업을 할 수 없었다"며 "길고 복잡한 싸움을 통해 부당행위를 확인 받아도 가맹본부만 제재를 받았을 뿐 대리점의 재산피해와 영업손실은 한 푼도 보상받지 못했다"고 피해 실태를 설명했다.
또 다른 대리점주는 "부당행위 신고를 해도 계속되는 증거자료 제출과 진술서 요청으로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며 "부당행위를 확인받아도 손해를 보상받기 위해서는 또 다시 더 어려운 민사소송을 해야한다"고 한숨지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토론의 발제를 통해 "종속적 관계에 있는 을이 갑과의 사업관계 파탄을 각오하지 않으면 신고조차 어렵다"며 "어렵게 신고해 공정위가 갑의 행위를 제재하더라도 을에게 주어지는 것이 없다"고 현행 공정거래법체계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 "을이 신고로 인해 이익보다 손해가 더 많은 현재의 체계를 바로잡아 을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며 "교섭권 보장, 손해배상제도 확대, 공정위 조정에 화해 효력 부여 등의 제도가 도입돼야한다"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토론에 나선 김남근 경제민주화국민본부 집행위원장은 "을의 민사적 대항력을 강조하는 미국식 개혁을 중심으로 개혁방향이 잡히는 것은 조심해야한다"며 "우리 법원이 미국처럼 사법적극주의를 취할지 의문시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을'의 권익강화를 위해 공정위 권한분산, 검찰 전담부 설치와 고발요청권 행사 강화, 광역지자체로의 권한이양, 법원의 사법적극주의를 위한 개혁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