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는 김모 씨는 최근 전화요금이 미납돼 사용 정지되니, 상담을 원하시면 0번을 누르라는 전화를 받고 상담원에게 개인정보 등을 알려준 기억이 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수사기관에서 전화가 걸려 와서 "피해자의 명의로 대포폰이 개설됐고 대포폰의 미납요금이 피해자의 계좌에서 인출되니, 빨리 다른 곳으로 예금을 이체하라"고 했다. 물론 수사기관을 사칭한 사기범이었다.
경황이 없던 김씨는 사기범이 시키는 대로 하였고, 결국 자신의 계좌에 있던 예금이 사기범의 계좌로 송금돼 수천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최근 피싱, 파밍, 스미싱 등 신종 금융사기로 인한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정부부처가 합동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경찰청, 금융감독원은 '전자금융사기 합동 경보'를 발령했다고 29일 밝혔다. 날로 지능화되는 보이스피싱 수법에 적극 대응하고 피해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마련된 합동 경보가 지난 3월 이후 두번째로 발령된 것.
최근에 이용되는 금융사기 수법은 과거처럼 대포통장이 아닌 정상계좌를 이용하고, 가짜사이트를 통해 보안카드번호 전체를 요구하던 방법이 정상사이트에서 보안카드 앞·뒤 번호만으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등 날로 진화하고 있다.
대출금리비교를 사칭한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사기수법도 최근 늘어나고 있다. 사기범은 '대출금리 간편 비교' 등 대출관련 문자를 발송하고 피해자가 메시지에 포함된 인터넷 주소를 클릭하면 금융회사를 가장한 앱(App)이 설치되게끔 유도하는 것.
이후 피해자가 앱을 실행한 후 사기전화로 연결을 유도하고, 사기범은 기존 대출금의 상환을 요구하거나 대출해주겠다며 수수료를 요구하는 수법이다.
아울러 피해자의 지인을 사칭해 '모바일 청첩장'이나 '돌잔치 초대'를 가장한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수법도 깜빡 속기 쉽다.
결혼식이나 돌잔치 안내를 한다면서 인터넷 주소 클릭을 유도해 악성 앱을 설치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월 30만원 한도의 휴대폰 소액결제를 통한 피해가 발생 가능하다.
정부 관계자들은 출처가 불분명한 링크주소를 클릭하거나 앱을 설치하는 것을 신중히 해야한다고 경고한다. 또 피해 발생 시 경찰청 또는 금융회사에 즉시 지급정지를 요청하라고 권고했다.
전요섭 금융위 전자금융과장은 "경보 발령된 유의사항에 대해 가용 전파 매체를 모두 활용해 국민들의 주의를 촉구하는 등 집중 홍보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금융회사 홈페이지 및 관계기관 홈페이지, SNS 등을 총해 관련 사항을 게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헌기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장은 "'국민공감 기획수사'와 연계해 신·변종 금융사기 특별단속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라며 "전문 수사인력 중심으로 콜센터와 송금책, 인출책 등에 대한 검거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