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부터 발행금지 앞두고 너도 나도 발행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금지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개정법 시행을 앞두고 상장사들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발행이 봇물을 이뤄 주가조작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정부는 사채권과 신주인수권이 별개로 거래되는 분리형 신주인수권부 사채가 최대주주의 지분을 늘리거나 탈세를 위한 상속·증여 수단으로 악용되는데다 주가조작 등의 부작용이 있어 이의 발행을 29일부터 금지했다. 그러나 개정 법률의 시행을 앞두고 상장기업들이 BW의 소나기식 발행신청이 이뤄져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메타바이오메드(110억원), 신대양제지(100억원), 대영포장(100억원), KG케미칼(200억원), SGA(20억원), 유진로봇(10억원), 이트론(30억원), 자연과환경(40억원), 이-글벳(55억원), 대정화금(120억원), 에어파크(80억원), 한성엘컴텍(100억원),에스텍파마(100억원),이엘케이(60억원) 등이 사모 분리형 BW 발행을 결정했다.
개정 법률의 시행 하루 전인 28일에도 휴바이론(30억원), 에프티이앤이(50억원), 유니켐(20억원), 폴리비전(12억원), 솔고바이오(50억원), 한국자원투자개발(55억원), 에프티이앤이(50억원), SKC솔믹스(100억원), 쓰리원(100억원), 피에스앤지(80억원), 오텍(100억원), 아즈텍WB(40억원), 성신양회(200억원), 동아엘텍(100억원) 등이 사채발행을 공시했다.
이 가운데 메타바이오메드는 110억 원의 BW를 표면금리 0%로 발행키로 했다고 공시해 주목받았다.
워런트(신주인수권증권)가 조건으로 붙기는 했지만 연 매출 290억원(2012년 기준)의 중소기업이 11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이자를 거의 주지 않는 조건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파격적인 조건이다.
특히 이 회사채는 사모방식으로 발행되었으며 현대스위스4저축은행(50억원), 한국투자글로벌프론티어펀드 제20호 및 KDB캐피탈 그리고 신한캐피탈(각 20억원)이 회사채를 인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이들 기관은 일반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의 예금을 끌어들이거나 타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하기 때문에 표면금리 0%의 회사채를 인수한 것은 예외적인 사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고신용도를 가진 국가 기관이 채권을 발행하더라도 이자 없는 조건은 성사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거래의 경우 조달비용과 관리비용 그리고 적정 마진을 확보할 수 있을 때 회사채를 인수하면서 돈을 빌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타바이오메드의 BW를 인수한 금융기관들은 신주인수권증권만 믿고 0% 금리의 대출을 해준 셈이어서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증권가의 IB전문가들은 "이같은 경우 주가가 신주인수권 행사가(3674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 인수금융기관들은 이자를 보전할 방법이 없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며 손실을 보전할 이면약속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현대스위스4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장상황과 회사 경영상의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며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메타바이오메드는 이번 BW 발행과 관련해 최대주주에게 지분을 몰아주기도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분리형 BW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항이다.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신주권 299만4000주의 절반인 149만7000여 주의 인수권을 이론적 거래기준가격인 370원의 절반이 채 안 되는 147원에 사채권자들로부터 넘겨받았다.
대표이사가 채권자들에게서 넘겨받은 신주인수권은 대주주 지분이어서 처분하는데 제한이 있지만 주가가 행사가 이상으로 상승한다면 막대한 지분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메타바이오메드측은 이같은 문제점과 의혹에 대해 답변을 회피했다.
한편, 지난 27일과 28일 BW 발행을 공시한 상장기업들의 대부분은 BW 발행을 통해 대주주 지분을 늘리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