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서민금융상담 제도상 엇박자 많다"
금감원, 온라인 금융자문 등 공적금융 강화키로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 부채, 매달 급여가 통장에 들어왔다가 카드빚으로 빠져나가는 직장인….
소비생활이 다양화되고 금융 상품이 많아지면서 근로자들은 여러 재테크 수단을 통해 자산을 불릴 수 있게 됐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는 서민 전용 대출이나 채무 조정 제도를 통해 중산층 이하의 근로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지만 이마저 제대로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 금융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은 금융 자문, 즉 상담 서비스가 활성화되려면 '상담의 전문성, 고객의 익명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득이나 소비, 부채 규모는 저마다 다른데 천편일률적인 상담은 질이 떨어지며, 또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금융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29일 한국금융연구원과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공적 금융 상담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장경훈 하나은행 본부장은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부분이 전문성과 익명성이다"고 밝혔다.
그는 "서민금융의 치유 과정을 우리 사회에서 일상처럼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환경이 필요하다. 인식의 전환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주 KB국민은행 금융고충상담센터장은 "실무자로서 느끼는 것 중 제도상 엇박자가 나는 부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담을 하다보면 대출이 너무 많아 더 해드릴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연봉이 2300만원인데 대출이 3000만원인 경우다. 이런 분들 위해 제2금융권의 서민 대출 햇살론이 있는데 신용 등급이 너무 낮아서 안 되거나 너무 높아서 안 되기도 한다"며 "은행권과 제2금융권 신용 등급이 조금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차이가 나면 문제 있지 않느냐. 이런 분들은 대출도 못 받고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문제들을)금융에서 다 안고 갈 수는 없다. 예컨대 정부의 근로 장려금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실제로는 규정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의 절반 정도밖에 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근로 장려금은 국세청에서 소득이 낮은 가구를 지원하는 제도로, 부부 합산 소득이 연 1700만원 미만이고 18세 미만 부양 자녀 1명 이상, 무주택자이거나 6000만원 이하 주택 1채 보유, 가족 재산 합계 1억원 미만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금융 당국에서는 향후 온라인 금융 자문 서비스를 만들고, 사전 예방적인 금융 상담 제도를 활성화할 것을 약속했다.
김현열 금융감독원 금융교육국장은 "공적 금융 상담은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건강검진과 같다"며 "어디가 아픈지 알고 어떤 약을 복용하거나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미리 점검받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해진 시점에서야 상황이 나쁘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소득 하위 60%(평균 소득 430만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은 재무관리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상담 경험이 있는 경우는 18%도 채 안됐다.
김 국장은 "왜 상담을 받지 못할까 알아보니 정보의 부재나 상담 비용의 부담이 가장 큰 문제이다. 국가기관이 무료로 금융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면 받아볼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76%는 희망하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포도재무설계 및 한국재무설계의 경우 일반적인 상담은 평균 25만원, 정밀 상담은 5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금감원은 온라인 금융 자문 서비스를 추진중이다. 만일 직장인 A씨가 인터넷으로 연령, 소득, 자산, 부채 등을 입력하면 "은퇴 준비가 부족합니다. 보험 상품 하나 정도 가입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라는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윤영은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과장은 "공적 금융 상담의 사회적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며 "금융기관의 공적 금융 상담과 관련한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전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매뉴얼을 마련해 일관성을 갖게 하고 문제가 생긴 뒤 사후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 및 진단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