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책연구소 첫 공동세미나
정당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에 재정적 독립성을 위한 후원회와 수익사업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 주요 정당에만 후원금이 몰릴 뿐 아니라 기업에 대한 압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당 정책연구소에 바란다'를 주제로 9일 새누리당 여의도 연구소(소장 이주영 의원)와 민주당의 민주정책연구원(원장 변재일 의원)이 국회에서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이 같은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끈다.
세미나에 참석한 정상호 서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당의 선거전략 수립과 분석, 주요 선거에 대비한 여론조사 실시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정책연구소에 후원금을 허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여당의 정책연구소에 후원금이 집중되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대기업 관계자의 말을 인용, "정당연구소가 후원금을 모금하고 수익사업을 하게 되면 결국은 기업들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거절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준조세'라고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또한 "정당연구소의 후원금 및 수익사업에 대한 필요성은 이해되지만 문제의 본질을 재정으로 한정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앞서 새누리당 여의도 연구소 전임 소장이던 김광림 의원은 지난 7월 정당정책연구소의 후원회 모금이나 수익사업을 가능토록 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과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정 교수는 "기구의 형태와 상관없이 성공한 연구소의 첫 번째 조건은 능력 있는 연구진"이라면서 "정책 전문가로의 성장 비전을 제공하거나 지방 정치의 진출을 격려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의 정당 정책연구소들의 높은 정당 지원금 의존율을 지적하며 재정인사의 독립성을 위해 후원금 및 수입 사업을 허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교수는 정책연구소의 인건비 비중에 비해 정책개발 비중이 떨어지거나 정체된다는 결과도 발표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여의도 연구소 재정의 새누리당 지원금은 88.5%였으며 민주정책연구원의 재정은 당 지원금이 93.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박 교수는 재정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정책연구소의 후원회 및 수익사업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여의도연구소의 전체 지출 가운데 정책개발비 비율은 2009년 30.0%(21억1천100만원), 2010년 31.2%(25억200만원), 2011년 21.3%(15억6천900만원), 2012년 13.6%(12억5천900만원)으로 매년 하락했다.
민주정책연구원은 같은 기간 32.0%(13억3천600만원), 31.1%(12억7천300만원), 23.9%(9억4천만원), 32.4%(16억5천400만원)이었다. 하지만, 양당 연구소의 전체 수입 가운데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8.0%(56억9천600만원), 52.2%(30억4천400만원)으로 절반을 넘겼다.
한편 양당의 공동세미나 주최는 정당 정책연구소 역사상 처음으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지난 6월의 '해장국 회동'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추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