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서민금융상품의 자격 조건을 하나로 통일하기로 했으나, 그 효과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
서민금융상품은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계기로 만들어지기 시작해, 소득이 적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계층을 대상으로 낮은 이자의 대출을 해왔다.
그러나 상품마다 자격 조건이 서로 달라 대출을 받는 입장에서 불편을 겪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자, 금융위원회는 이를 동일하게 운영해 소비자들이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인 3대 서민대출은 '미소금융, 새희망홀씨, 햇살론'.
이 중 새희망홀씨와 햇살론의 대출 조건이 동일해지면 대출을 받는 입장에서는 큰 혼란 없이 긴급자금을 융통할 수 있을 것으로 금융위는 보고 있다.
그동안 새희망홀씨와 햇살론은 시중은행, 제2금융권에서 각각 운영해왔다.
새희망홀씨는 최대 2000만원까지 빌려주는 은행권 대출. 연소득이 3000만원 이하이거나, 4000만원 이하이면서 신용등급이 5등급 이하인 경우 신청할 수 있다.
햇살론은 전국의 지역 농·축협이나 수협은행,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는 받을 수 있다.
연소득이 2600만원 이하이거나, 4000만원 이하이면서 신용등급이 6등급 이하여야 한다. 새희망홀씨보다 더 소득이 적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계층에 빌려주는 자금이다.
앞으로는 연소득이 3000만원 이하이거나, 4000만원 이하이면서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이면 둘 다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금리다. 은행의 새희망홀씨는 10%대, 햇살론은 9~12% 사이이다.
만일 자격 조건이 같아지면, 소비자들은 당연히 금리가 더 낮은 쪽으로 몰리게 된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서민금융과장은 "자격 조건을 같게 했으나 실제로 대출 심사 과정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다른 금융회사에 대출이 있거나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 기타의 다른 이유로 연체 우려가 큰 경우에는 자격 조건과 관계없이 대출을 거절 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소득이 안정적이고 신용 등급이 높은 사람은 은행에서, 부족한 사람은 제2금융권에서 더 많은 이자를 내고 대출을 받는데, 자격 조건을 동일하게 하면서 금리를 다르게 운영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까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격 조건과 별개로 은행의 정성적 평가에 의해 대출 심사가 이뤄질텐데, 이렇게 될 경우 조건만 믿고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하는 일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의 논리로 접근하면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 대출 조건을 통일하는 것이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처음에는 은행에서 서민금융을 한다고 할 때에도 이와 비슷한 시각들이 많이 있었는데 금융 환경이 변화하고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금융을 복지의 개념으로 보게 되었다"며 "이 때문에 서민층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측면이 있다. (실효성이)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