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증세(增稅)' 가능성을 언급, 안팎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박 대통령의 발언을 토대로 증세 논의를 위한 '밥상'을 차리는 등 발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의 3자 회담에서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감면 축소로 복지재원을 마련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국민공감대 하에 증세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단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증세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임에 틀림이 없다. 그 동안 박 대통령은 안팎에서 쏟아져 나오는 증세 주장과 관계없이 '증세 없는 복지론'을 고수해 왔기 때문이다.
일견, 증세 없는 복지론의 후퇴가능성을 언급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상반기 세수부족액이 9조원에 육박하는 등 전체적인 주변 상황을 감안할 때 자신의 소신을 지켜내기가 힘들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제시한 증세 가능성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일단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감면 축소로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재차 확인했고 이것으로 부족할 경우 국민공감대를 확보한 후 증세를 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한 수준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상당수 전문가들이 제시한 증세의 방법론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의 발언을 프레임의 대대적인 변화로 보기는 힘든 구석이 많다는 것이다.
아울러 발언이 나온 '시점(취임 전·후)'의 문제일 뿐 박 대통령의 조세정책 기조가 변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세율인상과 세목신설은 억제하면서 비과세·감면 정비 등을 포함한 세출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이를 통해 복지재원을 충당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증세방향을 논의할 '국민대타협위원회'를 설치해 논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민주당의 법인세율 인상 주장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는 부분도 박 대통령의 증세 가능성 언급이 프레임 변화로 확대해석하기 힘들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민간 차원의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과 우리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법인세율 인상에 반대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날 3자 회담에서 나온 박 대통령의 언급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견지해온 원칙을 재확인한 차원으로 보인다"며 "현 시점에서 직접적인 증세는 경기활성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크다"라고 말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7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언급에 대한 질문을 받은 뒤 "원론적인 표현일 것"이라고 전제하며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감면을 한 이후 그래도 재원이 부족하다면 증세를 검토하는 것이 조세평형에도 맞고 경기활성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