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강 도소매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중소형 규모의 아파트·빌라 등 건축공사에 철강제품을 판매한 뒤 판매대금을 자신의 친인척 명의 계좌에 현금으로 입금받아 비밀리에 관리했다.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던 익명의 제보자는 이를 국세청에 신고했다.
제보자는 계좌 거래내역 및 현금 매출전표 등 구체적 자료를 첨부해 국세청에 제출했고 국세청은 이를 토대로 세무조사를 진행, 해당 업체가 탈루한 법인세 등 수 십억원을 추징하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했다.
'탈세제보'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만큼 사회 투명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한 단계 성숙해졌다는 증거다. 아울러 탈세제보의 방법이 더욱 고도화되고 손쉬워 진 측면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또 '위험부담'에 대한 보상(탈세제보 포상금)도 커지면서 탈세제보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 2009년 9450건, 2010년 8946건, 2011년 9206건이었던 탈세제보 건수는 지난해 1만1087건으로 상승했다. 올해의 경우 지난 8월까지 1만2147건(전년 동기 대비 59.3% 증가-7627건→1만2147건)이 접수, 이 추세를 감안하면 2011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1만8000건 이상의 제보가 접수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인터넷(스마트폰 포함)을 통한 탈세제보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총 제보건수(1만1087건) 중 인터넷을 통한 제보건수는 4567건으로 전체 제보건수의 41.4%를 차지했다.
인터넷 강국의 힘이 탈세제보 건수 증가를 통해서도 증명된 셈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3월 국세청 인터넷 홈페이지(www.nts.go.kr)에 탈세제보 메뉴를 만들고 같은 해 6월에는 모바일(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신고체계를 구축하는 등 인프라를 깔면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탈세제보 포상금 지급한도 상향 조정 및 지급기준 완화 조치도 세(稅)파라치들의 활동영역을 넓혀주는 '촉매제'가 됐다. 제보자들이 탈세제보 포상금을 받기 위해 첨부해야 할 자료들은 피제보자 입장에서 볼 때 '극비문서'에 해당한다.
제보자의 신원비밀 보장 등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위험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종전까지(2013년 이전) 탈세제보 포상금 최고금액은 1억원에 불과했다. 이 정도 금액으로는 미증유의 위험부담을 떠 안는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올해부터 최고금액이 10억원으로 인상됐고, 국회 논의가 잘 될 경우 내년부터는 20억원으로 상승하다.
단순 계산으로 2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 받기 위해서는 370억원 이상의 조세탈루 정황을 포착해 제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위험부담에 대한 보상이 커졌다는 것 자체는 제보자의 '결심'을 굳게 만들 수 있는, 확실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조세전문가는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하지 않고 내부자의 조력이 없는 한 한 고도의 계획에 따라 이루어지는 기업의 비자금 조성 등 큰 탈세행위를 사전에 잡아내기는 힘들다"며 "탈세제보 포상금 지급액 한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경우 초대형 '로또당첨금'에 버금가는 탈세제보 포상금 제도를 운영 중이다.
지난 2006년 관련 법을 개정, 포상금 한도액을 추징금액의 30%로 대폭 끌어올린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스위스 금융그룹 UBS의 탈세혐의를 미국 IRS에 제보한 내부고발자에게 무려 117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포상금이 지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