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 100조 시대 활짝…국가재정 여전히 적자 '허덕'

총수입 370조7000억원·총지출 357조7000억원

내년도 나라살림의 '청사진'이 제시됐다.

특히 내년 복지 분야에 투입되는 예산이 100조원을 돌파, 정부의 총 지출 중 복지 지출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복지정책을 통한 국민행복 시대를 열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이 녹아든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는 26일 '2014년 예산안'을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 내년 국세와 세외수입, 기금 등을 포함한 총수입은 370조7000억원, 총지출은 357조7000억원 수준이다. 특히 총수입의 경우 올해 예산대비 증가율이 크게 낮은 모습이다.

구체적으로 올해 본예산(372조6000억원)과 대비 0.5% 감소했고, 추경과 대비해서는(360조8000억원) 2.8% 증가했다. 이는 경기침체로 인한 국세수입 증가율이 둔화되고 세외수입 여건 또한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돈이 나올만한 구석이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써야 할 돈은 써야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이에 정부는 총지출 규모를 올해 본예산 대비 4.6%, 추경 대비 2.5% 늘린 357조7000억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수입감소분을 고려할 대 재정지출 증가율을 대폭 하향 조정해야 하지만 경제활성화를 위해 적정수준의 재정지출 유지가 필요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 계속되는 적자예산 편성 = 전체적인 국가재정은 적자신세를 면하는데 실패했다. 정부의 올해 상반기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46조2000억원에 달했다. 나갈 돈은 나가야 하는데 세수 등 돈줄이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관리재정수지는 25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GDP대비 △1.8%). 정부가 예측한 수준대로 경제가 활성화되고 이로 인해 폭발적인 세수증가가 동반되지 않으면 적자폭은 좁혀지기는커녕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나라빚(국가채무)도 5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가채무 규모는 480조3000억원(추경예산 기준)이지만 내년 515조2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올해 36.2%, 내년 36.5%) 빚의 총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내년 성장세 회복 등을 통한 세수증가, 중기 총지출 증가율 하향 조정 등으로 재정수지를 개선하는 한편 전면적인 세출절감,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입기반 확충을 추진해 2017년 재정수지를 균형수준(△0.4%)까지 개선할 것"이라며 "국가채무 또한 30% 중반 수준(2017년 35.6%)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복지예산 100조 돌파했다" = 복지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정부는 올해 본예산 대비(97조4000억원) 8.7% 늘린 105조9000억원을 복지와 보건, 고용 분야에 쏟아 붓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복지공약인 기초연금 지원(내년 하반기 시행) 등에 투입되는 재원이 반영되면서 복지예산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기초연금 지급 대상자가 대폭 축소(당초 : 65세 이상 전 계층→수정 : 65세 이상 소득하위 70%)됐다.

정부의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만 정치적 측면에서의 후폭풍(공약축소 논란)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교육(50조8000억원), 문화·체육·관광(5조3000억원), 환경(6조4000억원), R&D(17조5000억원), 농림·수산·식품(18조6000억원), 국방(35조8000억원), 외교·통일(4조2000억원), 공공질서·안전(15조7000억원), 일반·지방행정(58조7000억원) 분야에 예산이 올해 예산(본예산) 대비 늘어났다.

특히 국정기조 중 하나인 '문화융성' 지원을 위해 문화 분야 예산이 복지 분야에 이어 두 번째로 높게 증가했다(본예산 대비 5.7%↑). 이와 관련해 정부는 올해 초 수립한 공약가계부를 바탕으로 국정과제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예산을 배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산업 및 중소기업 지원 분야 예산과 SOC 분야 예산은 올해 본예산 대비 상당폭 감축(산업·중소기업 △1.7%, SOC △4.3%)됐다.

□ "내년 경제성장률 3.9%" = 정부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3.9% 수준으로 예측했다. 당초 4.0% 성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치권 등으로부터 '지나치게 낙관적이다'라는 지적을 받은 뒤 방향을 선회, 성장률 전망을 0.1%p 하향 조정했다. 

정부는 "세계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신흥국 성장세 둔화 우려 등 하방위험도 상존한다"며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의 완만한 개선, 경기회복을 위한 정책노력 등으로 회복세를 시현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세계경제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 국제 원자재가격 안정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 등으로 내수도 점차 개선, 3.9% 수준의 경제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7월 IMF가 발표한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에 따르면 선진국의 경우 2.1%, 신흥개도국은 5.4% 성장세를 보여 세계경제가 3.8% 수준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고 OECD, 한국은행 등에서 국내외 주요기관이 예측한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8∼3.9% 수준이라고 정부는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미국 양적완화 축소, 신흥국 성장세 둔화 우려 등 경기 하방 위험성이 한국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과도한 성장률 예측치를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