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 전까지 만해도 좀처럼 생각하기 힘들었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수 조원 규모의 초과세수가 만들어지는 등 '잭팟'이 터지던 모습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지금 당장은 추경을 통해 줄여놓은 세수를 채우기도 벅찬 형편이다.
정부가 내년도 국세 세입예산으로 책정한 금액은 218조4991억원.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멀게만 느껴지는 수치다. 정부는 이 정도 수준을 채울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까다로운 조건이 하나 붙어있다. 3.9%의 경제상장률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세수추계는 근사치라도 들어맞은 경우가 드물다. 초과세수가 만들어져도 욕을 먹게 되어 있고 세수결손이 나도 욕을 먹게 되어 있다. 향후 경제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예측, 이를 세입예산안에 반영하면서 세수결손 상황이 도드라지게 만든 것이 문제다.
세수추계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경제전망이 잘못된 것이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도 세입예산안도 '불안요소'가 상당하다.
추경을 통해 감액경정한 올해 세입예산 대비(210조4000억원) 불과 3.9%(8조1000억원) 올려잡은 수준이지만 여기에 날카로운 '가시'가 숨어있다.
□ 세입예산안에 숨겨진 '가시' = 지난해 정부는 2013년 세입예산안을 편성하면서 216조4000억원이라는 수치를 제시했다. 전년도인 2012년 세입예산(205조8000억원) 대비 6.4%를 끌어올린 규모였다.
그러나 실제 2012년 세수실적은 203조원 수준에 그쳤다. 2조원 이상의 세수결손이 발생한 것이다. 경기침체가 지속되자 다급해진 정부는 추경을 편성, 6조원 이상의 세입예산을 감액했다(216조4000억원→210조4000억원). 뻥튀기 된 부분을 스스로 제거한 것이다.
문제는 그나마 감액해 놓은 세수목표치 마저도 채우기가 힘든 상황이라는 점이다. 지난 7월 현재 벌써 전년 동기 대비 7조8000억원 이상의 세수가 부족징수됐다. 여기가 종착지가 아니다. 연말까지 최대 10조원 안팎의 세수결손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최근 행보(불용예산 확대 등)도 세수결손분이 당초 대내외에 공표 했던 수준(7∼8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정부가 공표 한 최대치인 8조원이 결손 된다는 가정을 한다면 올해 세입예산은 202조원 수준으로 급전직하한다. 즉, 내년 세입예산안을 채우기 위해서는 16조원 이상의 세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8% 이상의 증가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1% 올라갈 때 2조원 가량의 세수가 더 걷힌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를 감안해 단순 계산하면 3.9% 경제성장률 가지고는 16조원의 세수를 만들어 낼 수 없다는 말이 된다. 내년도 세입예산안에 가시가 숨어 있다는 이유는 바로 이 부분이다. 올해 세수결손 예상치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가 토대가 됐다는 것이다.
정부의 예상 시나리오대로 경제가 움직여주지 않는다면 이 가시는 정부를 아프게 찌를 것이 분명하다.
□ '돈줄'이 없다 = 사실 정부의 세입예산안은 이 정도 규모여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실현에 투입될 재원(5년 동안 135조원)을 감안할 때 세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도 세입예산안은 '돈줄'이 없는 한국경제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풀이해 볼 수 있다.
확실한 돈줄로 증세를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도 하고 무엇보다 정부가 증세에 대해서는 확고한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부는 공약가계부상 내년 국세 수입 재원으로 7조6000억원을 마련해 복지예산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비과세·감면 정비(1조8000억원), 지하경제 양성화(5조5000억원), 금융소득 과세강화(3000억원) 등을 통해 조달한다는 방침아래 내년도 각 세목별 세입예산안에 분산해 반영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가 계획대로 이를 달성할지 여부는 매우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비과세·감면 정비는 이해관계 등이 얽혀 쉽지 않고,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세정역량 강화 또한 상당한 반발력을 불러올 소지가 크다. 내년까지 볼 필요도 없이, 지금 당장만 봐도 그렇다.
경제가 확 살아나 세수가 예상치 대비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한 세수확보는 힘들 수밖에 없고 결국 다른 분야에 투입되는 재원을 줄여 복지에 쏟아 넣는 '돌려막기'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5.1% 경제성장률로 목표치 대비 14조2000억원의 초과세수 '대박'을 터뜨린 2007년의 상황이 되풀이되기를 기대하는 것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모든 것을 걸고 필사적으로 찾아야 할 돈줄은 곧 '경제활성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