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구조조정 마무리·자본시장법 통과 등 성과
민원인 무단 침입 등 보안 취약 노출…이전설 돌기도
다음 달이면 금융위원회가 광화문 시대 1주년을 맞는다.
금융위는 서울 여의도의 금융감독원에서 분리, 지난해 9월 29일 태평로의 한국프레스센터로 이전한 뒤 10월 4일 현판식을 열었다.
은행가(街)가 모여있는 광화문 이전을 통해, 시장과의 소통을 약속했던 금융위. 지난 1년에 대한 금융계 안팎의 평가는 어떨까.
당시 금융권에서는 정부 기관인 금융위와 산하기관인 금감원이 서로 마찰을 빚으며 청사를 이전한다는 인식이 컸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금융위가 무리한 예산을 낭비하면서 이전을 감행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1년이 흐른 지금, 금융위 내부에서는 광화문 이전을 성공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이다.
무엇보다 지리적으로 시중은행들, 정부서울청사와 밀접한 위치에 있고 새 정부 초기와 맞물리면서 상당한 업무 성과를 낸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공무원 뇌물 수수로 얼룩졌던 여의도 시대와 비교하면,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며 시장이 안정을 찾았고, 지난 2년 동안 국회에서 진척이 없었던 자본시장법도 통과시켰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저축은행뿐 아니라 오랜 숙원이었던 자본시장법이 통과됐고 금융 IT 선진화, 해외 진출 논의 등 많은 성과가 있었다"며 "출퇴근 거리가 멀어진 직원도 있을 수 있고 개인적인 이유들은 저마다 다르지만, 업무적으로만 볼 때 대부분이 즐거워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전 초기 금융위는 혹독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을 뿐 아니라, 민간 건물에 입주하며 정부 기관으로서 보안이 침해되는 등 수많은 부작용을 속출시키기도 했다.
정부 산하기관인 금감원 청사와 달리 한국프레스센터는 보안이 철저하지 않아, 금융관련 민원인들이 무단 침입해 소란을 피우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금융위 이전설(設)이 또다시 나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시 여의도 금감원으로 복귀한다, 정부서울청사로 들어간다는 여러 가지 말들이 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부처들이 세종시로 속속 이전하면서 청사의 빈 공간이 많아지긴 할 것이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1년에 30억원 상당의 임차료를 예산에서 쓰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정부 예비비(예산 편성 시 예측이 어려운 지출에 대비한 비용) 20억원을 사용했다.
금융 현안을 놓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원활한 정책 공조를 못한다는 비판들도 있다.
금융위는 정부 기관으로서 정책을 수립하고 금감원은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지면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분야를 연구하는 학계 한 교수는 "두 기관이 나뉘어 있으면서 서로 업무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수밖에 없다. 금융정책과 감독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