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값 인하할까? 곡물가 환율하락 불구 재고쌓여

최근 밀가루의 원료인 소맥의 국제시세가 지속 하락하고 있다. 게다가 원/달러 환율도 하락추세를 이어가고 있어 4분기 중 국내 밀가루 값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동아원,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 국내 주요 밀가루 제조업체들은 지난 2011년 4월과 지난해 12월 ~ 올 1월초, 소맥 국제시세의 상승을 이유로 2차례에 걸쳐 각 8%대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바 있다.

올들어 소맥의 국제시세가 두 자릿수 이상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밀가루 값을 인하할 타이밍이 왔다는 지적이다. 

█ 소맥국제 가격, 지난해 말 대비 18.2%, 연초 대비 13.9% 하락

aT의 식품산업통계를 보면, 지난 9월12일 현재 경질밀(HRW)의 국제시세가 지난해 9월의 톤당 336달러 대비 22.6%, 지난해말에 비해서는 18.2%, 지난 1월에 비해서는 13.9%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분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밀가루의 경우 특별히 부가되는 다른 부재료가 필요없이 원맥을 제분만 하면 되기 때문에 밀가루 값은 소맥의 국제시세와 환율변동에 크게 좌우된다. 

신한금융투자증권 조현아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농무부(USDA)의 9월 세계 곡물 수급 전망보고서를 인용, 대두를 제외한 원당, 옥수수 등 주요 곡물 재고율 전망치가 상향조정됨으로 인해 곡물 가격은 당분간 하향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소맥의 경우 캐나다와 유럽의 생산량 증가가 예상돼 국제시세의 하향 안정화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분업체들의 원가구조도 개선돼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송광수 연구원과 IBK투자증권의 박애란 연구원도 비슷한 의견으로 소맥의 안정적 수급에 따라 가격도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 원/달러 환율 하락도 밀가루 값 인하에 힘 보탤 전망

소맥 국제시세의 하락과 더불어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도 밀가루 값 인하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밀은 쌀에 이어 국민들이 많이 섭취하는 곡물이다. 하지만 밀의 국내 자급률은 1%대에 불과해 99%를 수입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수입 곡물로, 국제시세뿐 아니라 원/달러환율의 변동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올해 원/달러 환율 움직임을 보면 지난 6월을 고점으로 하락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소맥시세 하락과 더불어 밀가루 제조원가를 떨어뜨리는 호재로 작용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1달러당 1063.5원 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지난 6월 1141원으로 고점을 형성했다. 이후 하락(원화강세)추세로 전환, 지난 24일 기준 1074원을 기록해 연중 고점 1141원 대비 약 67원 하락해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달러당 원화가치의 상승은 소맥국제시세 하락에 따른 이익 외에도 수입금액 결제 시 환차익도 발생해 밀가루 제조 원가를 떨어지게 하는데 힘을 보탤 전망이다. 

실제로 원당과 커피원두의 경우 국제시세와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화 추세를 이어가자, 지난 3월, CJ제일제당 등 제당업체가 약 4~6%, 또 이달 초 동서식품이 커피 제품가격을 품목별로 5~10% 인하했다.

이에 따라 제분업체들도 가격인하로 화답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동아원 관계자는 "소맥 재고량 증가로 최근 국제시세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재고물량 소진기간이 통상 4~6개월 주기로 이루어지고, 향후 소맥시세 추이도 예측이 어려워 현 단계에서 밀가루 값 인하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