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을 놓고 농협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뜨거운 물밑 신경전이 뜨겁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30일 은행회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자연스럽게 임영록 KB금융회장의 이야기가 언급되자 "저번주 금요일 저녁을 같이 먹었다"면서도 "(우투증권의)'우'자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우리투자 증권 인수의 경쟁자로서 저녁식사 자리에서 상대편을 배려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우리투자증권에 대해 일절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어 임 회장은 임영록 KB금융회장과 각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임종룡 회장은 "왜 그렇게 둘이 자주 보냐고 하는데 옛날에는 더 자주 봤으며 요즘에는 자제를 하고 있다"며 "임영록 회장과는 20대 후반에 만났는데 재무부 이재국 산업금융과에서 6년을 같이 있었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같은 직장에서 같이 연결됐다"고 전했다.
공무원 생활에서 오랫동안 같이 생활한 사람이 누구냐 친분 관계를 떠나 가장 기억에 남는 공무원 선배가 누구냐고 할 때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임영록 회장이라는 귀띔도 잊지 않았다.
임종룡 회장은 "저도 그 양반도 절대 (우투) 얘기 안하며 가뜩이나 언론에서 싸움을 붙여 놓으려 하는데 사이 나빠질까봐 얘기를 안 해 결국 할 이야기도 별로 없더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그는 "우리 둘이 주먹 싸움을 해서 (우투증권 인수를) 결정한다면 큰 결심을 해야겠지만 조직과 조직이 경쟁하는 것"이라며 "KB금융은 굉장히 선도 기관이며 인수나 운용 능력이 충분하지만 저희도 그에 못지않게 준비를 잘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각오를 전했다.
이처럼 두 명의 임 회장이 우리투자증권의 '우'자도 언급하지 않을 정도로 서로에 대한 극도의 배려를 하고 있지만 '호랑이처럼 예리하고 무섭게 사물을 보고 소같이 신중하게 행동을 한다'는 虎視牛步(호시우보)의 모습처럼 두 거장이 침묵을 통해 양보할 수 없는 인수 의지를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임 회장은 우투증권 인수 실패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실패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선을 그은 뒤 "대우증권은 나올지 말지 몰라 현재 스탠스에서 찾을 수 없으며 우투증권을 가져오느냐의 문제지 (우투증권이나 대우증권 중)무엇이 좋을 것인가의 문제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