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업계가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거나 스토리를 입힌 상품과 마케팅을 적극 선보이며 장기화되고 있는 불황을 극복하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식음료업체들이 상품의 기능을 부각시키는 대신 감성에 호소하거나 소비자가 몰랐던 이야기들을 상품판매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상품 자체를 구매한다는 느낌을 주기 보다는 소비자들의 호기심과 공감을 유도, 자연스럽게 제품 구매로 연결하려는 전략이다.
█ 감성 자극 제품 ‘봇물’... 매일유업, 건국유업, 오리온, 동원참치, 하이트진로
매일유업은 모유에 가까운 분유를 원하는 워킹맘들의 폭넓은 수요에 맞춰 오랜 연구 끝에 올해 초 앱솔루트 ‘엄마가 만든 명작’을 선보였다.
가장 좋은 분유는 엄마들의 모유와 닮은 제품이라는 결론을 내린 매일유업은 2011년 ‘매일모유연구소’를 설립해 모유의 영양과 주요 성분을 분석해 제품에 반영했다. 특히 조제분유 전용으로 특허 받은 면역 단백질 ‘락토폰틴’을 추가하고, 두뇌와 시력 발달에 좋은 DHA와 ARA 성분을 강화해 모유에 가깝게 설계했다.
이 제품은 올해 초 엄마들과 매일유업이 함께한 연구의 결과물이라는 의미로 ‘엄마가 만든 명작’이라는 새로운 이름도 갖게 됐다.
건국유업의 ‘착한커피 카페네모’는 저개발 지역 생산자조합이 생산한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하고 감성적 디자인을 접목시켜 인간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내세운 제품이다.
저개발 국가들의 생산자를 생각하며 마시자는 컨셉으로 패키지에도 커피 원산지 페루의 전통의상을 입은 생산자를 그려 넣었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개봉할 때마다 생산자들이 활짝 팔을 벌리는 모습을 보며 착한 소비의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샘표식품은 자취생들과 싱글족을 겨냥해 ‘우리엄마 반찬 통조림’ 10종을 선보였다. 기존 통조림 디자인들은 내용물의 실사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샘표는 제품 전면에 엄마와 아이의 이미지를 등장시켜 감성을 자극했다.
감성 마케팅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오리온 ‘초코파이’는 최근 ‘정·까·말(정 때문에 못한 말, 까놓고 말하자)’이라는 주제로 TV광고와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기존 광고 카피처럼 감정표현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원활한 소통을 돕는 매개체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동원참치는 ‘오메가3’, ‘DHA’같은 기능적 성분은 물론 ‘가족의 사랑’을 컨셉으로 한 TV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나섰다. 참치의 추억을 떠올리는 마케팅으로 매출 증진은 물론 업계 1위 자리를 확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무알콜 맥주 ‘하이트제로’는 일반 맥주와 제조방법은 동일하지만 탄수화물의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아 알코올이 발생하지 않는다. 호프 향과 맛, 거품, 톡쏘는 탄산의 느낌 등이 일반맥주와 거의 같아 술자리의 느낌을 공유할 수 있어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나 젊은 여성, 임산부 등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칼로리가 일반 맥주에 비해 40%가량 적어 건강을 염려하는 고령자 층과 같은 틈새시장에서 웰빙 음료로 인기를 얻으며 출시 8개월 만에 600만캔 판매를 기록했다.
█ 힐링, 첫사랑, 고시촌 길거리 음식 등 스토리 담은 제품... 티젠, CJ제일제당, 비락
최근 티젠은 ‘힐링’과 ‘첫사랑’, ‘유머’같은 감성스토리를 담은 프리미엄 블랜딩 티 ‘마음티 시리즈’5종을 출시했다. 기존의 차(茶) 제품과 달리 사람이 양팔을 벌리고 있는 듯한 재밌는 태그지에 다양한 캐릭터를 삽입,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반복되는 일상과 야근, 스트레스, 우울감 등 현대인이 일상생활에서 순간순간 부딪히는 감정에 따라 골라 섭취함으로써 차를 마시는 시간 동안 재충전과 힐링의 시간까지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서울 노량진 고시촌의 길거리 음식인 ‘컵밥’은 밥과 면 등 다양한 메뉴를 즉석에서 조리해주고 가격까지 저렴해 시간과 돈에 쫓기는 학생과 직장인이 식사대용으로 찾는 명물이다. 이에 착안하여 CJ제일제당의 ‘프레시안 치킨볶음밥‧새우볶음밥’제품과 비락의 ‘비락 컵밥’등 식품 브랜드들이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컵밥은 합리적인 가격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간편식 메뉴로 소비자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비락 컵밥’의 경우 컵밥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온 데다가 나트륨 함량도 컵라면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해 건강까지 고려했다.
컵밥시장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 맞벌이 가구 등의 간편식 선호 소비 추세에 힘입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컵밥의 시장규모가 조만간 1500억원 대로 추산되는 ‘즉석밥’시장 규모로 성장 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