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브랜드 상품을 수입 판매하는 회사가 핵심 원자재를 들여와 자체생산해 국내에 판매하는 경우도 상표권료를 가산해 관세를 물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함상훈 부장판사)는 최근 전기설비 등의 제조 및 판매업을 하는 A사가 서울세관장을 상대로 낸 '관세등부과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가 이유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7일 밝혀졌다.
A사는 외국 브랜드 상품을 수입 판매하면서 일부 품목은 상품을 통째 수입하고 다른 품목은 해외의 제3자 또는 국내업체로부터 핵심 원자재를 구매하여 제품을 자체생산해 국내에 판매했다.
A사는 해외에 소재한 본사인 H사와 지난 1997년 상표권 사용계약을 체결하고 2007년까지 완제품 영업이익에 국내 인건비를 더한 금액의 1.46%를 상표권료로 본사에 지급했다.
그 후 새로운 계약에 따라 2008년부터 연간 총매출액에서 H사의 관계사인 AB사, O사 등으로부터 매입한 액수를 차감한 금액의 1%를 상표권료로 지급하기로 했다.
A사는 이에 따라 상품을 통째 수입한 경우 상표권료를 과세가격에 가산해 신고했으나, 자체생산분의 경우 상표권료를 과세가격에서 제외하고 신고했다.
이에 대해 세관은 본사에 지급한 상표권료를 과세가격에 가산해야 한다며 수입 판매한 경우에는 지급 상표권료 전액을, 자체 생산분의 경우 수입물품이 차지하는 비율만큼을 안분해 상표권료를 가산해 과세했다.
A사는 "상표권료가 각 물품을 수입하는 권리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제조한 물품에 상표를 부착하고, 영업활동이나 설치용역 등에 상표를 이용하는 대가로 지급한 것"이라며 "상표권료는 수입 물품과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상표권료는 A사가 AB사 등 관계사가 아니라 해외에 있는 본사(H사)에 지급하는 것이고, A사와 AB사 등 관계사들이 본사에 상표권료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도 없다며 이 상표권료는 각 물품의 거래조건으로 지급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행정법원은 A사가 수입한 각 물품에는 AB사 등 관계사의 상표가 부착돼 있고, 자체 생산품에도 관계사의 상표가 부착돼 있으며, A사가 수입한 물품은 완제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에 해당한다며 상표권료는 수입물품과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상표권자가 수입물품의 구매자에게 해당 상표를 부착한 제품을 제조·판매함에 있어 일정한 품질 기준 및 사양을 준수하도록 하고, 구매자가 이러한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 해당 제품의 유통·판매를 금지할 수 있는 경우 구매자에게 선택권이 없었다고 보인다며 상표권료는 수입물품의 거래조건으로 지급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2012구합26869)에서 "A사가 국내 또는 해외에서 수입물품과 자체 생산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관계사의 상표를 부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A사의 경우 본사가 요구하는 일정한 품질 기준 및 사양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AB사 등 관계사들로부터 각 물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구매에 대한 선택권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상표권료의 지급이 수입물품의 구매 거래의 조건이 된다"(대법 91누7958)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결국 "원고의 청구가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한다"며 자체 생산품에 사용된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에도 상표권료를 가산한 세관장의 과세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