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밀수는 빼도 박도 못하는 범죄다. 관세를 제대로 내지 않고 물건을 밀반입하거나 반입이 금지된 물건을 반입해 구속되는 일이 다반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밀수꾼도 범죄를 저지르고 사람들의 지탄을 받았을까?
문헌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밀수를 저지른 사람은 바로 고려시대에 살았던 문익점(1329~1398)이다. 문익점이 중국에서 목화씨앗을 몰래 숨겨들어 온 것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와있는 유명한 일화다.
우리나라에 목화가 들어오기 전에 백성들은 면으로 만든 옷은 꿈도 꾸지 못한 채 베옷으로 사계절을 다 지내야했다. 삼베옷은 통풍이 잘 되는 옷으로 여름에는 시원하지만 겨울에는 찬바람이 들어와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백성들이 헐벗고 굶주린다'는 말은 바로 여기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헐벗는다는 말은 백성들이 제대로 된 옷을 입지 못해 추위에 고통스러워 한다는 뜻이다.
백성들의 고통에 마음이 좋지 않았던 문익점은 원나라에 머물던 당시, 면을 만드는 원료인 목화를 보고 이를 우리나라에서도 재배하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당시 원나라는 목화의 외부반출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었고 이를 반출했다가 들킬 것이 염려됐던 문익점은 붓 뚜껑에 목화씨앗을 몰래 숨겨 반출했다고 알려져있다.
일부에서는 이것이 문익점의 업적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얘기라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문익점이 목화씨앗을 들여온 후 백성들은 더 이상 추위에 헐벗지 않아도 됐다는 것이다.
문익점은 몰래 들여온 목화씨앗을 진주 고을 사람에게 전달했고 재배한 목화 중 하나만 살게 됐다.
살아남은 하나를 수확하니 씨가 100여개나 나왔고 이를 또 다시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 줘 이를 심게 했다. 문제는 수확한 목화를 실로 만드는 것이었는데 문익점은 이를 원나라 승려였던 홍원의 도움을 받아 실을 만드는 물레를 만들어 이를 널리 전파했다.
문익점의 공으로 백성들은 더 이상 추위에 고통받지 않았을 뿐더러 면포는 국가경제와 조세제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화폐 구실도 하는 등 생활과 경제, 조세 면에서 큰 변화를 일으켰다.
이런 공으로 조선시대 때에는 문익점이 목화를 재배했던 경남 사천에 사당을 세워 매년 제를 두 차례 지내게 했으며 제사상에는 꼭 목화솜이 올라갔다고 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