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대의 배임·탈세·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3회 공판준비기일에서는 국내 차명주식에 대한 조세포탈죄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4부(재판장 김용관 부장판사)는 8일 속행된 공판준비기일에서 국내 차명주식에 대한 조세포탈죄 여부에 대해 변호인측의 주장과 검찰측의 반론을 들었다.
이 회장측은 우선 검찰측에서 공소사실로 제기한 부정한 행위로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를 탈루해 238억원을 포탈한 부분에 대해 판례와 법리에 비춰 '부정한 행위'는 엄격한 해석을 요한다며 공소사실에 대해 반박했다.
이 회장측 변호인들은 다만 납세의무가 성립한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밝혀 '부정한 행위' 여부를 놓고 검찰측과 법리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들은 포탈세액 산출에 대해서도 검찰측이 선입선출법으로 계산해 불합리하다며 후입선출법으로 계산하든지, 차명주주 각각이 아니라 실질적 납세자인 이재현 회장으로 통합한 다음 후입선출법을 적용하든지, 최소한 차명주주별 후입선출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맞섰다.
변호인들은 양형과 관련해서는 국내 차명주주식을 보유한 것이 당시 삼성 계열사에서 분리하면서 삼성과 경영권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던 상황이었다며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세금을 이미 전액 납부한 점, 2000년 중반까지 차명주식 보유 관행이 있었던 점, 조세범칙심의위원회에서도 조세범 처벌을 불승인 한 점 등을 제시하며 양형에 참작해 달라고 요구했다.
변호인들은 차명주식을 조세포탈로 본다면 이중처벌적 성격을 갖게 된다며 조세포탈죄 기수 이후 6~10년이 지난 2013년 7월 18일 기소된 점도 부각시켰다.
이에 대해 검찰측은 자세한 반박 내용은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밝힌 후 변호인들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검찰측은 변호인들이 선대에 받은 삼성화재 주식으로 제일제당 주식을 취득한 것처럼 주장하지만, 당시 삼성화재 주식은 상당 부분을 매각해 외국의 고가 미술품 구입과 차량, 와인 등을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화재 주식만으로는 제일제당 주식을 모두 구입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제일제당 주식은 CJ그룹으로부터의 횡령 자금과 다른 자금들이 투입돼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측은 차명주식 보유가 경영권 방어 차원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차명으로 주식을 보유한다는 것 자체가 건전한 사회 일반의 상식에서 벗어난 행위이고, 이미 조세포탈의 범의가 있는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또 대주주의 대량 주식 소유에 대한 제한이 1994년부터 폐지돼 경영권 확보를 위해 차명으로 주식을 보유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반박했다.
검찰측은 경영권 방어가 목적이라면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 회장은 계속 주식을 매각해왔고, 양도차익을 실현해 개인의 차량이나 사치를 위해 사용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배당소득 부분도 차명주주 이름으로 배당소득세가 부과됐을텐데 차명주주 본인이 부담했는지, 아니면 CJ그룹 측에서 부담했는지에 대해 변호인들에게 소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는 부외자금을 조성해 조세를 포탈하고 횡령한 부분에 대해 쟁점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재현 회장은 구치소에 수감됐다가 신장이식 수술을 위해 구속집행정지 중이다.
다음 기일은 오는 22일 속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