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영구인하와 복지정책 확대로 인한 지방재정 보전방안을 놓고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여야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조세전문가들도 어려운 재정상황을 고려해 지자체들이 어느 정도 어려움을 감내해야 한다는 입장과 정부가 지자체에 국가사업을 강제로 이행하도록 하고 있는 만큼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취득세 영구인하는 불가피하다고 판단, 9.26 지방재정 보전대책을 통해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5%에서 11%까지 늘리고, 무상보육 확대로 인한 지방재정부담 완화를 위해 영·유아 무상보육 국고보조율을 현재보다 10%p 인상키로 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영·유아 무상보육 국고보조율은 당초 여야가 합의해 국회 보건복지위가 통과시킨 20% 인상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 또한 지방소비세율 11%인상으로는 취득세율 인하로 인한 세수감소를 충당하기 어려운 만큼 지방소비세율을 16%로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꼬일대로 꼬인 이 문제와 관련한 조세전문가들의 의견도 팽팽한 의견대립을 계속하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의 상황과 닮아 있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은 "증세를 하지 않는 전제 하에 정부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며 "상황이 어려운 만큼 지자체는 정부를 이해하고 긴축재정을 하면서 협조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조임곤 경기대 행정학과 교수 역시 "정부는 증세가 힘들어진 가운데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며 "정부안이 모두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현 상황에서 지자체는 더 이상 요구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자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며 "강제성을 띄는 국가사업을 영위하지 못해 지방정부가 지방채까지 발행한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재훈 서울과학기술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 모두가 세출구조조정 등을 통해 복지재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Q. 지방재정 보전방안 놓고 정부 지자체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또 향후 지방재정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 = 정부의 어려운 재정상황을 고려한다면 지자체에서도 어느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안을 보면 무상보육에 관련된 부분은 교부세로 채워주고, 취득세 인하에 따른 세수감소분은 부가가치세와 관련된 지방소비세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증세를 하지 않는 전제하에 정부가 최선의 방법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선 지자체도 별다른 이견이 없는 듯하다. 다만 얼마를 주느냐가 문제인데 어려운 경제여건 하에서 기획재정부와 안전행정부가 협의를 거친 사항인 만큼 지자체도 긴축재정을 하면서 협조를 해줘야 한다고 본다.
조임곤 경기대 행정학과 교수 = 정부는 어려운 재정과 증세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부모자식 간의 문제로 따지면 부모(정부)가 경제상황이 어려워 자식과 함께 고통을 분담하자고 했는데 자식(지자체)이 이를 거부한 것이다.
지자체는 더 이상요구를 하면 안 된다. 당장 서울시만 봐도 경전철 기획하고 있는 액수 보면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정부에서 이번에 제시한 재정 보전안이 절충안이라 생각한다. 물론 중앙정부 재정손실을 감안하면 그렇게 해야 된다는 것이지 정부안이 당연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 지자체의 주장에 좀 더 힘을 실어주고 싶다. 정부가 지자체에 국가사업을 강제로 하게하면서 돈은 안대주고, 결국 지방정부는 지방채까지 발행해서 진행하겠다는 것인데 분명 문제가 있다.
원론적이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정부와 지자체의 위임사무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 간의 매칭비율을 2:8이든 3:7이든 나눠야 한다. 또 지자체도 재정상황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차등배분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한쪽은 늘 풍족하고 어느 한쪽은 늘 부족할 수밖에 없다.
지자체에도 물론 문제는 있다. 지자체는 탄력세율제도가 있음에도 지방선거를 의식해 이용을 안 한다.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한 결론은 증세다. 마른수건 짜듯 해서 얼마나 해결될 수 있겠나.
김재훈 서울과학기술대 행정학과 교수 = 정부 입장은 이미 정리가 된 상태고 이를 지자체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양쪽 다 사정이 있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것 아니겠는가.
앞으로가 중요한데 일단 재정여건이 어려운 정부와 지자체 둘 다 세출구조조정을 통해 복지재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정부가 지자체에 부담이가는 정책결정을 할 때 지자체가 함께 참여해 결정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