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vs 창'…민의(民意)의 전당서 '승부' 갈리나

지방재정 확충 문제를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외나무다리'에서 제대로 만났다.

양측 모두 물러설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지자체들은 지자체들대로 할 말이 많고 자신의 뜻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달 25일 정부의 지방재정 보전방안 발표를 전후해 촉발됐다. 이들의 갈등은 내달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률 개정(예산안, 취득세 영구인하 법률안 등) 논의과정에서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정치권도 이 부분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세수부족과 향후 복지수요 증대를 감안, 정부의 안이 적정하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여야 합의가 이루어진 영유아 무상보육 국고보조율을 줄였다며 공세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 지자체와 야당 매우 선명한 '대결구도'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구도상 좀처럼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공상도 크지만 의외로 매듭이 수월하게 풀릴 가능성 또한 있다. 오는 30일 보궐선거와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변수'이기 때문이다.

□ 정부-지자체, 최대 대척점 '복지재원' = 정부와 지자체들이 가장 큰 이견을 보이고 있는 부분은 영유아 무상보육 국고보조율(정부안 현재보다 10% 인상 - 지자체 주장 현재보다 20% 인상) 등 '복지재원' 부분이다.

취득세율 영구인하로 인한 재원부족분의 경우 정부안 수준으로 지방소비세율을 조정하면(현행 5%→2015년 11%) 어느 정도 해소가 커버가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자체들은 향후 재정부담 가중분을 고려해 지방소비세율을 더 올려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재원으로 인한 지자체들의 부담가중은 이미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경기도에 이어 서울시가 영유아 무상보육 재원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3000억원 수준의 사업비를 삭감하는 감액 추경을 단행했다.

이와 관련해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중앙정부도 경기침체로 막대한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등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다. 경기침체로 지방세수 징수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어서 복지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지자체들은 정부가 내놓은 연평균 5조원 수준의 재정 보전방안과 관련해 실질적인 지방재정 순증액은 연평균 1조5000억원 수준(영유아 무상보육 국고보조율 인상분 8000억원+분권교부세 사업 국고환원 6000억원+예비비 지원 1000억원 등)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취득세율 영구인하 보전분과 합쳐 연평균 7조원 수준의 추가재원이 필요한 마당에 정부안은 2조원이 모자랄 뿐만 아니라 내년 기초연금 지급이 개시되면 필요재원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점을 감안해 재정 보전액을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지자체들은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목이 잡혀 계류 중인 영유아 보육법 개정안 처리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정부안과 달리 국고보조율을 20%로 인상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 여야도 선명한 '이견(異見)', 논의 향방은? = 정부와 지자체가 팽팽한 입장대립을 하고 있는 것만큼이나 정치권의 입장도 극명하게 갈려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정부안에서 추가적인 조정이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정반대다.

특히 민주당은 정부안에 대해(영유아 무상보육 국고보조율 10% 인상) "당초 국회 보건복지위가 합의한 20% 인상안을 10%로 낮추겠다는 것은 입법권 무시"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의 한 국회의원은 "여야 만장일치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통과돼 법사위에 올라갔는데 기재부가 반대해 관련 법이 법사위에 계류중인데 이제는 기재부가 법 개정이 아닌 보조금관리법 시행령 개정이라는 편법을 통해 영유아보육 국고보조율을 10%만 인상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최근 "정부는 무상보육 재정 인상합의안을 절반으로 깎았다"며 "민주당은 복지예산 지방재정 확보를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예산 전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혀 여당과의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이 같은 팽팽한 양측의 입장차를 감안하면 내달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정기국회 논의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자칫 국회가 파행으로 치닫는 '불쏘시개'가 될 공산도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예상과 달리 쉽게 문제의 해결점이 도출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오는 30일 국회의원 보궐선거(경기화성갑, 경북포항울릉남구)가 예정되어 있고, 이어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정치일정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30일 보궐선거 결과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비록 2개 지역구에서 치러지는 초미니 보궐선거에 불과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초반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승패여부에 따라 향후 정국 주도권의 향방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패할 경우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여당이 궤도를 수정, '지방민심 달래기'를 위한 카드를 제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자체의 재정부족으로 복지정책에 제동이 걸릴 경우 민심이 크게 동요할 수 있다"며 "선거를 고려할 때 지자체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정치적 선택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