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후퇴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전히 논란거리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중복 지급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상당한 가운데, 한쪽에서는 기금의 일부를 노인 부양에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연명 중앙대학교 사회개발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교수(사진)는 빈곤층 노인의 탈출구로서 기초연금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인 빈곤에 대한 사회적 안전장치가 미처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소한의 생계비는 지급돼야 한다는 것.
그는 "원론적으로 기초연금은 조세에서 충당하는 것이 맞지만 국민연금은 개인저축이 아니라 노인들을 사회적으로 봉양하기 위한 공적 기금이기 때문에 기금의 일부를 노인 부양에 사용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선진국에서는 기초연금 재원을 조세로 충당하거나 보험료로 운영한다.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10년 이상 거주한 시민권자에게 연금을 지급한다.
지난 2008년 도입된 한국의 기초노령연금은 이러한 기초연금의 성격을 띠고 있다. 조세를 재원으로 하고, 국민연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월 9만7000원 정도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이 기초노령연금의 액수를 2배 인상하고 거의 모든 노인들에게 지급해, 사실상 기초연금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당초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된 배경은 국민연금에 보험료를 납입할 수 없는 빈곤층의 노인에게 최소한의 생계 수단을 만들어주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된 뒤 25년이 흘렀으나, 설령 그 이후 가입했더라도 20년 이상 납입해야 연금을 수령할 수 있어 상당수가 혜택을 못 받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약 590만명에 이르는 65세 이상의 노인들 중 대부분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했다. 상당수 노인들이 빈곤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당초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대로 기초연금이 2배 인상되면 앞으로 노인들은 월 20만원 정도의 가치를 지닌 연금을 평생 지급받게 된다.
김 교수는 "보건복지부가 추진중인 기초연금법에 따르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이 별도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중복 지급된다"며 "도입의 취지를 볼 때 기초연금을 삭감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기초연금이 전액 지급되지 않으면 소득 보장 기능이 약해진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가입자 중 평균 소득(200만원)을 받는 사람이 25년 보험료를 납부한 경우 받을 수 있는 연금은 50만원. 이는 2011년 1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인 53만원에 못 미친다.
기초연금 쟁점 중 하나인 소득 상위 30%의 노인에 대한 지급에 대해서 김 교수는 "이건희 회장과 같은 분들도 받는 것이 맞지만 이들에게 20만원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며 "월 수백만원의 연금을 받는 군인, 공무원, 사학 연금 수급자, 별도의 금융 소득 재산이 있는 경우는 어려운 분들을 위해 이 돈을 양보하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에서 기초연금 20만원을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고 소득 상위 계층에 고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한 의견도 있지만, 이는 목적세 성격을 띠는 만큼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