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금융위원회 제공
"개인연금·퇴직연금, 소득공제 한도 별도 허용해야"
보험 업계 "중도 해지 금지", 증권 업계 "투자 규제 완화"
출산율 저하와 평균수명 연장은 사회복지 비용의 증가라는 국가적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선진국들은 일찍이 연금제도를 활성화하고, 국민들이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왔다.
한국에서도 1988년 국민연금을 도입한 뒤 개인연금, 퇴직연금을 차례로 시행했으나 이 같은 연금제도가 정착되기에는 아직 정책적 허점들이 너무나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은행, 보험, 증권사의 연금 전문가들과 학계의 교수들을 만나 현행 연금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향후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강력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또 이를 위해서는 현행 세제 혜택이 더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윤현호 신한은행 연금사업본부장은 "은퇴 세대에 대한 정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국가적 비용이 지출되면서 재정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후세에 큰 짐을 지운다"며 "해외 선진국들을 봐도 연금제도는 정부의 정책, 법령에 의해 성장했다. 호주의 경우 퇴직연금이 단순한 차원을 넘어 금융 산업과 국가 전체에 없어서는 안될 제도로 자리잡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서는 세제 지원과 기업의 적극적 참여가 있어야 하는데 미국은 50세 이상 가입자에게 추가 세제 혜택을 주고 호주는 5000만원 이상의 퇴직연금 의무 가입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소개했다.
또 "현행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소득공제 혜택을 별도로 400~800만원 한도로 신설했으면 좋겠다. 가입률이 저조한 중소기업은 퇴직연금 도입 시 인센티브를 줬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현행 개인이 가입한 개인연금과 기업이 가입하면 근로자가 자동으로 투자되는 퇴직연금의 소득공제 한도는 연간 400만원 한도로 두 납입금을 합한 것이 기준이 된다.
박정림 국민은행 WM사업본부장은 "개인연금 시장이 210조원 규모로 성장했는데, 앞으로 중요한 건 소비자에 대한 사후 관리"라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가입자들이 현재 자신이 가입한 상품의 수익률이 얼마인지, 다른 상품으로 이전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며 "관리 위주의 영업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험 업계에서는 일시금으로 수령할 수 없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박홍민 삼성생명 퇴직연금연구소장은 "중도에 퇴직금을 받아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로 입금하는 것이 의무인데 문제는 이를 자유롭게 해지할 수 있어 다음 날 바로 해약하는 게 대부분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도 해지를 금지하고 인출 대신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잘 활용됐으면 한다. 외국도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이 내 돈을 관리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지만, 영국 같은 경우 일시금 25%, 연금 75%로 수령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은 금융의 문제를 넘어 출산 장려, 일자리 창출과 같은 정부 합동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정부가 특수 목적의 장기 채권을 이용해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노인부양시설에 투자하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증권사들은 투자 및 운용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건의했다.
현행 퇴직연금 사업을 영위하는 금융회사들은 퇴직연금 자산을 주식에 투자를 할 수 없으며, 주식형 펀드의 경우 50% 이하까지 투자할 수 있다.
김봉수 신한금융투자 IPS본부장은 "적립금 운용에 있어 원리금 보장 상품(정기예금 등)이 많아 업계가 골병을 앓고 있다"며 "실적 배당 상품(주식형 펀드 등)을 늘리기 위해 원리금 보장 상품을 어느 정도 선에서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