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거듭 靑 압박…'보은인사 없다' 약속 파기 논란 일 수도
박근혜 정부 출범 8개월이 지나도록 공공기관장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자 새누리당의 '대선 공신'들을 위한 논공행상 요구가 노골화되고 있다.
특히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보건복지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 박근혜 정부 들어 공석이 된 주요 자리에 대한 인사를 재촉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이는 ‘논공행상식의 보은 인사는 없다’고 약속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대선 공신들의 인사가 직접적으로 이어질 경우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4일 유기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회의에서 공공기관 및 주요 기관 인선이 공석인 것을 지적하며 "국정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최고위원은 "정부 주요 인사는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이해하고 대선 때 힘을 합쳐 집권을 위해 함께 노력했던 분을 임명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새 정부의 국정 철학에 동의하지 않는 분을 정책적 동반자로 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며 일부의 '낙하산 인사' 지적을 일축했다.
□ 당 지도부 '대선 공신 논공행상' 노골화…윤상현 "복지부 장관은 안종범" = 유 최고위원은 "문제는 능력과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을 단지 논공행상 차원에서 등용하는 것"이라며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이해하고 전문성을 갖춘 분이라면 낙하산이 아니라 인재 등용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13일)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간담회에서 "허태열 비서실장 재직 당시 당에서 그것(기관장 인사 배려자 명단)을 갖다 드렸는데 아직 피드백이 없는 것 같다"고 청와대에 공기업 인사와 관련해 논공행상 인사를 요구한 사실을 밝혔다.
나아가 윤 부대표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하면서 후임 보건복지부 장관에 "최원영 대통령 고용복지수석 비서관보다는 안종범 의원이 더 가능성이 있지 않나 하고 개인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해 민주당으로부터 "차기 대통령이냐"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지난 10일 정우택 최고위원도 공공기관장 인선 공백을 우려하며 "특히 인사가 곧 만사라고 했는데 이를 위해 당대표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 대선 승리를 위해 모든 힘을 다 바친 동지들에 대한 적극적 배려가 당 차원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당 내부에서는 정권 출범 초 청와대 내각 인선에서 대선 공신들의 전폭적인 인사가 이뤄지지 않아 불만이 고조된 바 있다. '대선공신'이라면서 인사에 거론되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연 청와대 내각 인사에서 친박계들이 대거 이탈하자 허탈감을 표시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 "국민여론·당 압박 고려해야"…朴대통령 '보은인사 불가' 원칙 깰까 = 청와대에서는 당이 직접적으로 인사에 관여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당내 한 관계자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공공기관장 인사가 너무 늦어지면 결국 업무에 차질을 빚고 정권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여론도 인사가 늦어지는 데 비판적이고 당에서도 압박을 하니 대통령도 인사 문제에 손을 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대선 공신들의 논공행상이 이뤄질 경우 대통령의 ‘보은인사 불가’ 원칙이 무너져 이 역시 '약속 파기' 논란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윤 부대표가 안종범 의원을 후임 복지부 장관으로 거론한 것은 비록 개인 의견임에도 그의 지위와 청와대의 관계를 고려할 때 절대 가벼운 메시지로 볼 수 없다. 또한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용산참사의 책임자인 김석기 전 서울청장을 앉힌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당내 한 관계자는 "안 의원의 경우는 복지 공약 뼈대를 만들어서 보은인사라고만 보기 어렵다. 전문성을 갖추었고 국정 철학을 이해하는 분"이라면서도 "하지만 지나치게 공신들 위주로 인사가 이뤄지면 약속을 깼다고 야권이나 언론에서 지적하지 않겠나. 마구잡이 인사보다는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부담을 덜 주는 쪽으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