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계열사가 아닌 친족의 회사에 대해서는 편법 납품을 막아낼 방법이 없다는 비판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15일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조카가 운영하는 회사에 대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것을 두고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송호창 의원(무소속)은 "영보엔지니어링과 애니모드의 매출액 중 90% 이상이 삼성전자로부터 발생하는데 이건희 회장의 조카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송 의원이 문제삼은 영보엔지니어링과 애니모드는 각각 휴대전화 배터리 및 액세서리 제조 업체로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인 김상용 씨는 이건희 회장 셋째 누나(이순희 씨)의 자녀이다.
송 의원 조사에 따르면 영보엔지니어링과 애니모드는 삼성전자에 납품을 해 급성장해왔다.
지난 2007년 설립된 영보엔지니어링은 자본금 1억원으로 5년 만에 영업이익 증가율 4배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의 연결매출 비중은 지난해 97%에 달한다.
애니모드 매출액도 지난 2011년 400억원에서 지난해 901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배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두 회사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친족 분리 요건을 충족해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계열사 편입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상직 민주당 의원도 "최근의 동양그룹 기업어음 부실 사태의 교훈은 출자 총액 제한의 규제를 완화하고 순환출자를 풀어주면서 문어발식 확장의 후유증이 투자자 및 주주들에게 피해로 돌아갔다는 점이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친족이 운영하다가 그룹에서 분리된 것으로 위장한 회사들이 분리 이전과 이후에 관리돼야 한다"며 "정부와 여야가 어렵게 합의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만들었는데 계속해서 완화되며 누더기 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계열사 간 상호출자집단의 일감몰아주기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오해되는데 친족에서 분리된 회사나 변종, 편법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회사들을 막아야 제2의 동양 사태가 안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대래 공정위 위원장은 "관련 자료를 준비해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