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첫 경제성적표 점검이 이루어진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모두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요구를 쏟아내는 한편 정부의 내년 경제성장율 전망이 너무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오전 10시 세종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는 당초 예산과 경제정책에 대해서 질의하기로 했지만, 세수부족과 경기침체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측면에서 이 부분에 의원들의 질의 초점이 맞춰졌다.
여야 의원들의 날선 공략에 정부는 내년도 경제성장률 3.9%가 타당하며 증세보다는 지하경제 양성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날 증세를 주장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대선에 출마했던 후보들이었다.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은 "솔직히 증세와 세목 신설없이 (공약 이행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얘기를 해서 증세 방법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야당 대선후보였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조세재정연구원의 공청회나 보고서를 보면 정부가 부가가치세율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며 "정부가 당장 증세를 하지 않더라도 지금 쯤은 어느 시기에 어떤 방향으로 증세를 해야할지 검토해야 하지 않냐"라고 지적했다.
이에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로서는 공식적으로 (부가세율 인상을 검토) 하는 것은 없고 연구원 차원에서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이어 "증세나 세율인상보다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역외탈세와 고소득 재산가에 대한 세정을 강화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이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사실상 증세를 반대했다.
"정부 경제성장률 낙관 여전"…기재위 단골소재 등극(?)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낙관하고 있다는 지적은 기재위 전체회의 뿐만 아니라 국감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명박 정부 집권 시기였던 지난해 정부는 경제성장률을 3.3% 전망했다가 2%로 낮췄고 올해는 4%에서 2.7%로 대폭 낮췄다. 정부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9%로 전망하면서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의원들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김태호 의원은 "경제성장률 전망의 오류가 되풀이 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을 장밋빛으로 전망해 국가재정운영의 부실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며 "경제성장률 과다예측이 적자의 폭을 늘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지난해 세입전망이 잘못돼 9조1000억원의 세수손실이 났다"며 "세입 전망의 근거가 되는 것이 경제성장률 아니냐"라고 힘을 보탰다.
현 부총리는 "3.9%는 상당히 중립적인 전망"이라며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3.9%로 전망한 것은 정부의 정책효과를 달성한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투자활성화 대책 등 많은 조치들이 이뤄져야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3.9%라는 전망은 (정부 정책과 관련한) 법안이 통과돼야 하는 것"이라며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했다.
현오석, '지하경제 양성화' 자신감…재정악화 '일축'
기재위원들은 늘어나는 복지수요에 재정이 악화될 것을 우려했지만 현 부총리는 재정건전성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정부에서 세무조사를 한다고 요란을 떨었는데 오히려 추징액이 줄었다"며 "증세없는 재원마련이라는 전제하에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조하는데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용섭 의원은 "재정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세금을 걷어서 소득양극화 해소, 소득재분배 기능이 중요하다"며 "재정의 역할을 강화하고 재정파탄을 막으려면 세수를 늘리고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현 부총리는 "내년에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우리가 예상했던대로 상당부분 (세수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며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성과가 충분치 않은 것은 FIU법이 시행이 안 되는 등 제도적인 것 때문"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며 "정부가 중장기재정운용계획을 하는데 있어서 2017년까지 균형재정을 하겠다는 것도 그런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