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참석한 최수현 금감원장(오른쪽) 뒤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가운데)이 눈을 감고 있다. 사진 : 김용진 기자
동양사태 질문공세 집중…"은행권 웃고 있다" 자조도
금감원, 동양 봐주기 논란…금감원장 발언번복 해프닝
지난 3월 취임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첫 국정감사는 예상대로 험난했다.
지난달부터 불거진 '동양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부상하며 기관 수장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하는 자리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동양사태는 전날 금융위원회 국감에서도 다뤄진 내용이었기 때문에 최 원장은 여야 의원들의 보다 날카로워진 질문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동양사태에 주요초점이 맞춰진 만큼 다른 주요 현안들이 다뤄지지 않은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이에 대해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아마 지금쯤 은행권이 웃고 있을 거다. 금융권 국감 핵심이 은행인데 (동양사태에 집중하느라) 그걸 하나도 못했다"며 자조 섞인 농담을 전했다.
■ 금투업 규정 유예가 동양사태 주범? = 18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금융감독원을 둘러싼 최대 의혹은 지난 4월로 예정됐던 금융투자업 개정안 시행이 오는 10월 말로 유예됐다는 점이다.
오는 24일 시행을 앞둔 금투업 개정안에는 금융사가 투기등급의 계열사 채권을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동양그룹의 편의를 위해 개정안 시행을 6개월 간 유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태의 막전막후를 규정하는 핵심은 규정 시행이 왜 6개월 늦춰졌고 그 사이에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규명하는 것"이라며 최수현 원장의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6개월의 유예기간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이라며 강하게 부정했다.
아울러 동양그룹 경영진들이 법정관리를 앞두고 금감원을 방문한 것에 대해 "당시 (현재현 회장 등에게) 제가 말한 것은 오너일가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구조조정을 해서 CP 보유자 문제를 해결하라고 말씀드렸다"며 봐주기 논란을 불식시켰다.
■ 때 아닌 위증의혹…정무위 국감 파행 = 최수현 원장에 대한 의혹은 이 뿐 만이 아니었다.
이날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최 원장에게 "조원동 경제수석, 홍기택 산업은행장을 만나 동양그룹의 긴급자금지원과 관련해 요청을 했냐"는 질문에 대해 "산은의 동양그룹 지원 건에 대해 논의를 한 적은 없다"고 답한 바 있다.
문제는 산은 측으로부터 제출된 자료와 최 원장의 답변이 서로 엇갈린 진술이 됐다는 것.
김기식 의원은 "홍기택 회장은 동양그룹 여신을 가장 많이 가진 은행장으로서 동양사태와 관련한 현안에 대해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면서 "이는 명백한 위증"이라고 몰아세웠고, 관련 사실여부를 입증하기 위해 국감은 약 15분간 파행됐다.
이어진 질의에서 최 원장은 "의원님들의 질문에 대해 제대로 답변 드리지 못해 송구스럽다"면서 "동양과 다른 주요 그룹의 여신상태 등에 대한 논의를 했다. 다만 동양에 대한 특별한 봐주기는 아니었다"며 발언을 번복했다.
이에 대해 김정훈 정무위원장은 "아직 종합감사가 남아 있기 때문에 그 동안에 사실관계 확인을 정확히 하라"며 내달 1일로 예정된 감사에서 이 문제를 다시 한 번 조명할 것을 예고했다.
■ 골든브릿지 유상감자 승인 놓고 '갑론을박' = 이날 국감장에는 골든브릿지증권 소액투자자 대표와 노조위원장이 참여해 유상감자 사안에 대해 각각의 입장을 표명했다.
골든브릿지증권은 지난 4월 이사회를 통해 300억원 규모의 자사 보통주 3000만주를 유상감자키로 결정했다.
유상감자는 기업의 자본금을 감소시키고, 감소시킨 만큼의 자본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방법. 자본시장법상 일반 회사의 감자는 금감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김호열 골든브릿지 노조위원장은 "제2의 저축은행, 제2의 동양사태가 골든브릿지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피해자가 양산된 다음에 문제를 추궁하는 것은 뒤늦다고 본다"며 당국이 유상감자를 불승인 해줄 것을 촉구했다.
골든브릿지 지분의 54%는 소액주주들의 소유이며 감자하면 주가가 내려가기 때문에 일반 피해자들이 양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광구 골든브릿지 소액투자자 대표는 "노조는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합법적으로 승인된 유상감자를 승인하지 말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노조는 유상감자가 주주들에 손해를 입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투자자들을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최수현 원장은 김기준 민주당 의원이 소액주주 피해를 고려해 유상감자 신청을 불승인처분하고 주식거래를 재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검토해보겠다"는 답을 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