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대의 비자금 조성해 조세포탈과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4회 공판준비기일에서는 법인자금 횡령 및 법인세 포탈 부분에 대해 검찰측과 변호인측 간의 공방이 오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4부(재판장 김용관 부장판사) 심리로 22일 진행된 이날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측은 이 회장이 개인용도로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부외자금을 조성했고, 외제차 구입, 와인과 미술품 구입 등에 약 603억원 정도의 자금을 개인용도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회장측 변호인은 부외자금이 실제로는 기업운영을 위한 현금성 경비이며 주로 회사를 위한 공적자금으로 사용됐지 개인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삼성그룹으로부터 계열이 분리된 이후 핵심인재 유지 및 확보를 위해 인센티브가 필요했다"며 "계열분리 당시 상대적으로 식품업계의 처우가 좋지 않아 공식 급여만으로는 핵심인력에 대한 유인요소가 부족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사업다각화를 통한 기업성장의 필요성이 있었고, 20여 차례의 기업합병(M&A)을 성공시키고, 94년 1조원이던 매출액이 2005년에 5조 5000억원, 2012년 17조 3000억원의 대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현금성 자금이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부외자금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검찰에서 잘못 이해한 측면이 있다며 지출항목에 대한 구체적 사실관계 확인없이 일계표상의 수입항목만을 기준으로 기소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특히 이 회장이 부외자금에 대해 공적용도로 사용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당시 이 회장은 회사의 성장과 발전이 최대 관심사였으며, 개인용도로 부외자금을 조성하지 않았고, 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고 공소사실에 대해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설사 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양형사유로 자금의 상당부분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 사용된 점, 2005년 이후 자발적으로 부외자금 조성을 중단한 점, 임무 위반 정도가 경미한 점과 피해변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달라고 밝혔다.
검찰측은 CJ그룹의 비자금 조성이 월 단위로 의무적으로 회장실로 올리라는 지시에 따라 이뤄졌으며, 98년 147억원의 부외자금은 당시 CJ 단기순이익의 8%에 해당하는 상당한 규모였다고 밝혔다.
검찰측은 CJ 직원들의 조사 당시 진술에 의하면 금액이 커서 재무팀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측은 횡령 경위에 대해 CJ(주) 자금을 빼내 그룹 재무팀 직원이 1만원권으로 쇼핑 백에 담아 매달 2~4회 회장실에 올려 보냈다는 진술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격려금 지급용도에 대해서도 이 회장의 지배권 강화를 위한 목적으로 대부분이 회장실과 재무팀 직원들에게 지급됐으며, 핵심인재에게 사용한 돈은 단지 7~8% 정도밖에 안된다고 변호인측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은 부외자금 조성을 자발적으로 중단했다는 이 회장측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횡령 범행이 외부에 노출될 경우 회사 경영리스크가 있어 중단을 요청했고, 부외자금은 해외에서 자금을 마련하는 것으로 대체했다'는 신모 부사장의 진술을 들어 어쩔 수 없이 중단했다고 반박했다.
검찰측은 양형 사유에 대해 이 회장이 제출한 자수서는 진정한 의미의 자수서라 평가할 수 없고, 법과 회사 규정을 어겨가며 증빙서류를 복사하는 등 직원들을 이용하는 모럴해저드가 발생했다며 변호인측의 양형참작 사유 주장을 반박했다.
양측의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부외자금을 이 회장 개인용도로 사용했다는 입증책임은 검찰측에 있다며 이에 대해 검찰측에서 구체적으로 자료 제출 등 입증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국외 세금포탈에 대해 쟁점을 정리하기로 하고 오는 11월 12일 속행한다고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