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 반헌법적 행태 '본질' 외면, '정권 정당성 훼손' 치부
당 일각 "'모르쇠'가 사태 더 키워…지도부는 청와대 눈치만"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 사령부의 대선 개입 정황이 거듭 불거지고 있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청와대와 본질을 외면하는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이 여당 내에서 나와 눈길을 끈다.
"국정원에 도움 받은 적 없다"며 정권의 '정당성' 훼손 문제로만 반응하는 청와대와 '대선 불복'에 초점을 맞춘 채 역공을 취하며 야권의 요구를 '정쟁'으로 치부하는 새누리당의 태도가 오히려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 개입이 불가한 국정원과 군의 선거 개입은 그 자체로 반(反)헌법적 행위라는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 정몽준 "정부·여당의 책임 커" 당내 첫 비판 = 정몽준 의원은 23일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정부·여당의 책임이 크다"며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 질 일이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 국민의 오해가 없도록 모든 방법을 활용해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많은 국민은 댓글로 대선 결과가 좌우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새누리당이 무엇인가 감추려 한다는 느낌을 줬다면 잘못"이라며 "만약 조직적으로 이런 일을 했다면 여야를 떠나 묵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 당 관계자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로운 정황들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우리로서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이 요구한 대통령 사과에 대해 "무리한 측면이 있다"며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온 상태도 아니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정황이 나왔다고 그때마다 사과할 수는 없다. 수사 결과가 마무리되면 발언이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 당 일각 "대통령 '모르쇠'가 사태 더 키워…앞으로 정황 계속 나올 듯" = 한 전략기획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모르쇠'에 대해 "대통령이 수사 '외압'이나 군 대선 개입 정황에 대해 '철저 수사'를 당부하고 비판하는 수준의 발언을 했다면 논란이 불거지지 않을 텐데 아무 말도 안 해서 오히려 논란을 더 키우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어쨌든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국가기관이 저질렀는데 당 지도부 한 사람이 이를 비판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정권 정당성만 생각하는 것 같다. 확실하게 조사하고 털고 가면 되는 문제인데, 청와대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겠느냐. 국민이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진상 규명이 되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로서는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도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문제가 불거졌을 때 새누리당이 먼저 나서서 사과를 했어야 했다"며 "자신들과 상관없다고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결과가 어찌됐든 과정에서 문제가 있으니 그 부분에 대해 사과를 하고 넘어갔다면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 문재인 "대선 불공정", 김한길 "윤석열 특검 임명해 수사 전권 줘야" 압박 = 한편, 이날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성명을 통해 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검찰의 외압논란 불식을 위해 철저한 수사와 국정원 개혁을 요구한 것.
문 의원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근혜 대통령은 그 수혜자"라며 "박 대통령은 직시해야 한다. 본인과 상관 없는 일이라며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지난 대선의 불공정과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한길 대표는 박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은 이제라도 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확고한 의지를 국민에게 천명해야 한다"면서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는 수사팀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이라도 윤석열 전 수사팀장을 특임검사로 임명해서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는 전권을 주는 게 이 사태를 정리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압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