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상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데도 공익상 필요에 따라 오랫동안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다면 '세금을 내지않아도 된다'는 관행이 성립됐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다만 이 같은 관행이 형성되려면 단순한 과세누락과는 달리 과세관청이 상당기간 동안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차후에라도 과세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사표시를 해야합니다.
최근 40년 넘도록게 비과세 관행이 형성됐다고 주장하는 단체가 세금철퇴를 맞았는데 어떻게 된 일 일까요. 특히 국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되고 있는 단체로, 공익적인 일을 했는데도 세금은 피해갈 수 없었나봅니다.
□ "과세누락 아니다, 비과세 관행이다" = 대한체육회는 태릉선수촌 내 국가대표선수들의 훈련을 위한 사무실, 체력단련시설, 숙소 등을 지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가대표선수들의 훈련 및 후생복지를 위해 만든, 공익목적이 다분한 시설이기 때문에 그 동안 세금을 신경 쓰지 않았고, 세금 또한 청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과세당국에서 어느날 갑자기(?) 체육회가 운영하는 훈련시설의 연면적 합계를 과세표준으로 삼아 사업소세 및 주민세 등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과세당국의 판단에 체육회는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해당건물이 건축된 이래 일부에 대해서만 세금이 부과됐으며, 나머지 훈련시설에 대해서는 부과되지 않았다는 것.
체육회는 "1998년 이후 13년여동안 전혀 사업소세을 부과해오지 않은 것은 비과세의 묵시적 의사표시이고, 이로 인해 비과세 관행이 형성됐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해당건물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동일한 개념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체육회는 "대부분의 예산을 국가로부터 지원받아 운영되고 있고, 국가대표선수의 훈련업무는 국가에서 위임한 사업"이라며 "그 시설인 선수촌은 국가에서 시행하는 고용시설이며, 대한체육회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동일한 개념이므로 비과세 대상에 해당한다"고 세금 추징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과세당국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과세관청이 과세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행정착오에 의한 과세누락이었을 뿐 비과세 관행은 애초에 없었다는 입장.
과세당국은 "단순한 과세누락과는 달리 과세관청이 상당기간 불과세 상태에 대해 과세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며 "하지만 대한체육회의 경우 과세관청이 과세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국고의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사단법인이므로 주민세 비과세 대상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해당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 "과세누락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비과세 관행 보기 힘들다" = 결국 심판청구까지 가게 된 다툼에 대해 조세심판원은 과세당국의 처분이 옳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체육회의 주장과는 달리 일정기간 과세누락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비과세 관행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체육회의 훈련시설에 대해 일정기간 사업소세가 과세되지 않은 사실은 있지만, 처분청들이 과세를 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어떤 특별한 사정 때문에 비과세했다거나 그러한 의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서울시로부터 과세누락사항을 확인해 보라는 지시에 따라 과세누락이 발견돼 사업소세 및 주민세를 부과한 것으로 나타난다"며 "이는 처분청이 추후 오류를 발견해 이를 변경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참고 심판례 : 조심2011지09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