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관세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이날 국감에서는 관세청의 인력부족 문제가 큰 화두였으며 전관예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김용진 기자)
28일 열린 관세청 국정감사에서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지하경제 양성화와 세수확보에 전력을 쏟는 관세청이 무리한 행정을 하고 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전직 관세청 고위공직자가 대표나 이사로 있는 유관기관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지나친 '전관예우'를 하고 있단 지적도 이어졌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국감에서 "백운찬 관세청장이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출신이라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방침이 있은 후, 관세청의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단이 223명에서 457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며 "그런데 인원이 신규로 늘어난 것이 아니라 본부세관에서 78명을 차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관검사비율을 보니까 가장 많이 차출된 부산세관의 경우, 2009년과 2010년 원자재 3.3%, 공산품 4%, 농산물 6%였던 통관비율이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며 "관세국경을 지키고 식품안전이나 지켜내야 할 관세청의 다른 임무가 소홀해졌는데 문제점이 심각하지 않느냐"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정성호 의원은 정부기관 중 관세청만 유일하게 격일제 근무를 하는 것을 지적하며 "OECD 평균 노동시간은 1750시간인데 관세청 소속 공무원은 3271시간이다. 하루 평균 10시간씩 일하는 것"이라고 따졌다.
관세청 직원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을 뿐 아니라, 지하경제 양성화 업무로 인해 고유업무인 통관검사에 구멍이 생겼다는 지적을 한 셈이다.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은 정보분석 인력을 늘려야 함에도 관세청이 이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문제를 삼았다.
서 의원은 "조세회피처와의 실물거래와 자금거래 차이가 늘어나고 있고 관세청이 이를 분석해야만 역외탈세와 지하경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며 "그런데 외환조사과 인력이 2010년보다 축소되기도 했고,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고액현금거래(CTR) 정보도 분석할 인력도 필요한데 인력편성 계획도 없지 않느냐"라고 강조했다.
백운찬 관세청장은 "업무는 늘어나는데 사람이 안 늘어나 안타깝다"며 "주어진 여건 내에서 직원들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꼭 필요한 부분에 우선적으로 배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인력이 부족한 문제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은 "백 청장이 관세청의 사정을 모른다. 문제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세청의 명예에 관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건드리지는 않겠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청장이 잘 알 것이다. 청장이 왜 그런지 문제를 파악하고 조직을 장악하라"고 발언, 분위기가 순간 경직되기도 했다.
'무리한 징수활동' 우려…통계오류 지적 '난타'
관세청이 무리한 징수활동을 하고 있다는 우려와 더불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는 홍보에 잘못된 통계를 사용했다는 매서운 질타도 쏟아졌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올해 8월까지 행정소송으로 인한 환급세액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2배 늘어났다. 인천공항세관이 가장 많았는데 전년대비 108배 증가했다"며 "관세청이 패소해 환급액이 급증하는 것은 세수확보에 비상에 걸려서 무리한 징수를 한 것이 아니냐. 작년에 이어 올해는 세수전망이 더 나빠져 더욱 더 무리한 우려가 있는 것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백 청장은 "일부는 지하경제 양성화 측면에서 과세상의 문제가 있었던 것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시인한 뒤 "과세 전 정당하게 세금이 부과되도록 과세적부심사제도가 명확하게 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FTA 원산지 검증과 관련해 관세청이 무리하게 징수를 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나 의원은 "중소기업의 원산지 검증과 관련한 추징실적이 증가하고 있다. 한 기업은 스위스에서 물건을 수입했는데 세관에서 3년 전 원산지 검증 자료까지 소급해서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스위스 세관에서는 3년 전 서류까지만 보관하고 있어 업체가 제출하지 못했고 세관은 관세를 부과했다"며 "이것은 누구 잘못이냐"라고 따졌다.
백 청장은 "스위스와의 FTA에서는 서류보관을 5년으로 하고 있지만 스위스 내부규정은 3년"이라며 "스위스 세관에서는 내부규정에 따라 3년만 서류보관을 한 것이다. 이 사건은 조세심판원에 계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관세청이 중소기업에 대한 납부기한 연장과 분할납부 지원 실적 통계를 과다집계해 오류를 냈다며 국민을 속인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문 의원은 "국회 상임위와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 중소기업을 돕는다는 것은 말짱 거짓말이고 세수확보에 전념하느라 세정지원을 뒷전 아니냐"라고 질타했고 백 청장은 "체납정리를 하는 상태에서 소송 중에 있으면 납기 집행정지 결정에 따른 부분을 납기연장으로 잘못 잡은 것 같다"며 "빨리 파악해 시정하겠다"고 해명했다.
부당내부거래·전관예우 '폭풍질타'…사찰문제 '언급'
대표 브랜드인 국가관세종합정보망(유니패스) 사업을 관세청 출신 고위 퇴직자가 재직한 회사에 몰아주는 것이 부당내부거래·전관예우라는 의원들의 지적이 쏟아지기도 했다.
관세청 산하 국가관세종합정보망연합회 대표는 전직 인천공항세관장이던 김도열 대표이며 연합회의 자회사인 KC NET은 관세청으로부터 175억원 가량의 용역사업을 수주했다.
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사업이 정당하게 진행이 돼야지, 또 다른 특혜로 이어진다면 관세청이 시장에서 조세정의를 확립할 수 있겠냐"라고 지적했으며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KC NET은 연합회의 자회사이지만 속살을 보면 관세청의 자회사다. 연합회의 예산 전반이 관세청의 통제승인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감사원 감사 청구를 통해서 부당내부거래와 특혜, 입찰비리를 밝혀야 한다. 위원회의 결의로 감사청구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백 청장은 "국가종합관세정보망 사업은 비밀보호 측면에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사업"이라며 "업무 성격상, 이해해줘야 할 부분이 있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밖에 논란이 됐던 관세청 내부직원 사찰 문제와 관련해 백 청장은 "(사찰의 근거가 되는) 규정은 폐지했다.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사찰이나 복무감찰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