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무사회가 지난 4일 세무사회 전 회원들에게 발송한 한국세무사회공익재단 후원회원 모집요청 공문. 세무사회는 20만명의 후원회원을 모집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으나, 수임업체를 통해 직접 후원회원을 끌어모아야하는 상당수 세무사회원들은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세무사회가 120억원 규모의 대형 공익재단 출범을 위해 최근 전 회원들을 상대로 최소 20명의 후원자를 모집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수임업체를 설득해 후원금을 이끌어내야 할 세무사들의 반응은 신통치가 않다.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세무사들의 위상을 높인다는 공익재단의 취지는 십분 이해하지만 수임료를 받는 입장에서 다시 거래처에 손을 벌린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오는 12월 한국세무사회공익재단 출범을 앞두고 있는 한국세무사회는 지난 4일 회원 1인당 20명 이상의 공익재단 후원회원을 모집한다는 계획에 따라 전 회원에게 매월 5000원의 후원금을 정기적으로 납부할 후원자를 모집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회원 1인당 납부하는 공익회비가 4만원, 연간 4억원에 불과, 공익재단이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할 수 없다고 판단한 세무사회 상임위원회의 결정에 의한 행보였다.
정구정 세무사회장은 공문을 통해 "회원들이 수임업체, 회원사무소 직원, 지인 등에게 공익재단의 불우이웃돕기 취지를 설명한다면 월 5000원을 후원하는 후원회원에 가입해 줄 것으로 보인다"며 "회원 1인당 20명 이상의 후원회원 모집이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세무사회 시나리오대로라면 세무사회원들이 모집한 20만명의 후원회원들은 월 5000원을, 연 6만원의 후원금을 내게 된다. 연간 120억원 이상의 재정이 확보되는 '매머드급 재단'이 만들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세무사회의 의욕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업계 일각에선 무관심을 넘어 탐탁지 않은 시선마저 보이고 있다. 취지와 액수를 떠나 '부담'이라는 것이 공통된 목소리다.
한 세무사는 "세무사회에서 재단을 설립한다고 20명의 후원회원을 모집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불우이웃을 돕는 등 좋은 취지이고 월 5000원이 많은 돈은 아니지만 수임업체에 수임료 이외의 돈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세무사회처럼 수임업체에 요청공문을 발송한다고 해서 후원금이 모집 될 것도 아니고 실제 만나서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못할 짓"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세무대리인은 "거래처가 20개는 넘지만 대부분 벌이가 신통치 않은 영세사업자들이어서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내라고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며 "밀린 수임료를 청구하는 것도 눈치가 보이는데 후원금까지 내달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수임업체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 때문에 후원회원 모집이 불가능하다는 세무대리인 외에 무관심으로 방관하는 세무업계 관계자도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세무사는 "세무사회에서 후원회원 모집공문을 받긴 했지만 시도조차 안 할 것"이라고 단칼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소위 잘 나가는 세무사들이 내 몫을 메꾸지 않겠나. 모집을 못한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는 것도 아닌데 신경 쓰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세무대리인은 "나 뿐만 아니라 주위 세무사들 역시 엄두도 안내고 있다. 세무사회와 관련 있거나 관심 있는 이들이나 관심 갖지, 생업에 바쁜 세무사들은 전부 같은 입장일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1~2명은 몰라도 세무사 1명이 20명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세무사회가 이런 부분까지 감안했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세무사회가 영세 세무대리인의 사정은 전혀 모르고 있다'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연 120억원의 후원금 모집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한국세무사회.
과연 한국세무사회공익재단이 세무사회의 장밋빛 청사진대로 연 120억원의 후원금을 모으는 대형단체로 화려하게 발돋움 할 수 있을지, 아니면 용두사미로 끝날지 세무업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