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동창회 회장을 맡고 있는 A씨는 회비 2400만원을 은행에 예금했습니다.
회칙에 따라 명의는 '동창회'로 했으며 원금 기준 1억원이 조성될 때까지 이자 인출 없이 장기간 예탁하기로 했습니다. 통장과 인감은 부회장 B에게 보관하도록 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연락이 뜸하던 B. 은행으로부터 대출금 이자가 연체되고 있다는 연락을 받은 A씨와 친구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B가 A씨의 명의로 총 2000만원의 대출을 받은 뒤 잠적해버린 것입니다.
은행은 대출금과 연체이자를 합해 총 2500만원을 예금과 상계, B가 빌린 돈을 전액 회수했습니다.
이에 A씨는 은행 직원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동시에 금융감독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 은행이 마음대로 B에게 대출한 것은 잘못됐으며 자신이 이를 상환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은행 측은 B가 모교 장학 사업에 사용할 예정이라며 대출을 신청, 따라서 대출 승인은 정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금감원의 중재를 기다리던 이들은 결국 서로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조사 결과 실제 예금주는 동창회였고, 법인격 없는 사단으로서의 회칙에 따르면 회장 A씨에게는 채권 및 채무 부담이 위임된 바가 없으며 대출 상환 의무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동창회는 예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지만, 은행이 입은 손실 중 90%에 대한 책임도 함께 떠안았습니다. 은행 측이 동창회 회칙을 확인하지 않은 것에 대한 과실을 10%로 산정, 이를 차감한 액수를 동창회에서 보상해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