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금융당국이 주채무계열 대상기업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한 주간 화제가 됐다.
주채무계열이란 부채가 많은 기업집단을 주채권은행으로 하여금 통합·관리하게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한 기업이 1년 동안 금융기관을 통해 조달한 신용공여액이 전체의 0.1%를 넘으면 주채무계열로 지정된다.
쉽게 말해 금융권 대출을 많이 받은 기업의 재무상태를 채권은행들이 일정부분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올해 워크아웃 또는 퇴출 대상이 될 수 있는 중소기업이 선정되면서 금융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동양사태 재발 막자"…주채무계열 확대 = 이른바 '동양사태'로 곤란을 겪은 금융당국이 뒤늦게 대기업 건전성 관리강화에 나섰다.
지난 5일 금융위원회는 대기업그룹의 주채무계열 편입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도 주채무계열 기업은 현재의 30개사에서 43곳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입장에서는 관리대상에 선정되면 여러 가지로 제약을 받는 일이 많다. 신사업 진출과 해외투자 등 경영상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주채권은행과 협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경영 정보를 의무적으로 주채권은행에 보고해야 하며, 수시로 재무구조평가를 받아야 한다. 3년 연속 주채무계열로 선정되면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일부 기업들은 은행을 통한 차입이 아닌 회사채 및 CP(기업어음) 발행으로 각종 규제를 피해갔다. 똑같은 부채비율을 기록하고 있더라도 은행이 아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면 주채무계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편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금융위는 앞으로 금융권 전체 신용공여액의 0.075% 이상을 조달한 기업들로 기준을 바꿀 계획이다. 이달 중으로 은행권의 의견을 반영한 뒤 내년 2월 관련 규정 개정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대기업의 수익성 및 건전성이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며 "대기업의 부실을 사전에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도 개선 배경을 설명했다.
■ 중소기업 구조조정 위기…은행권 이상없나? = 올해 구조조정을 받게 될 중소기업들이 선정되면서 은행권도 대손충당금 적립부담이 우려된다.
금융감독원은 채권은행들이 실시한 정기 신용위험 평가 결과, 총 112개의 중소기업이 올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됐다고 8일 밝혔다.
이는 총 97곳이었던 작년에 비해 15.5% 증가한 수치. 워크아웃이 추진되는 C등급에는 54개사, 퇴출기업으로 분류되는 D등급에는 58개사가 각각 이름을 올렸다.
조영제 금감원 부원장은 "경기침체기에 리스크 관리 강화 차원에서 채권은행들의 적극적인 구조조정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양사태로 인해 대기업도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은행들이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음을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9월까지 이들 112개 기업에 대한 은행권 신용공여액은 총 1조750억원. 앞으로 은행들은 총 2789억원의 추가적인 대손충당금 적립이 필요해진다.
충담금 부담이 늘어날 경우 현재 13.88%인 은행권 BIS 자기자본비율이 0.02%포인트 하락한다는 것이 금감원의 추산이다.
이에 대해 구용욱 KDB대우증권 기업분석1부장은 "은행 한 곳이 쌓아야 하는 충당금이라면 모를까 전체 은행이 쌓아야 하는 금액이 2800억이라면 부담이 적은 편"이라며 우려를 일축시켰다.
매년 워크아웃 대상기업이 발표되는 시점이 정해져 있는 만큼 미리 충당금을 적립해 놓은 은행들도 많아 충분한 사전대비가 돼있다는 전언이다.
또 다른 시중의 애널리스트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늘어나긴 했어도 충당금 액수는 늘어나지 않았다"면서 "동양사태에 놀란 감독당국이 올해는 보수적으로 기업들을 선정했기 때문에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