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나 떨고 있니"…브랜드 사용료 '후폭풍'

우리금융 등 금융권 브랜드 사용료 문제 유사 '노심초사'

"금융회사마다 처한 상황은 틀리지만 본질은 같다."

이는 한 시중은행 세무팀 관계자가 국세청이 불과 2년만에 과세논리를 뒤집어 신한은행이 신한금융지주에 지급한 4600억원 상당의 브랜드 사용료를 불인정하고, 1600억원 규모의 세금추징에 나선 데 대해 한 말이다.

각 금융회사마다 사정은 제각각이지만 국세청의 달라진 과세논리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매한가지라는 소리다.

■금융사 다른 듯 같은 브랜드 사용료 속사정 =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브랜드 사용료의 개념을 도입한 곳은 신한이었다.

신한은 2001년 9월 신한지주를 설립한 이후 2002년 8월 상표권 권리이전과 신규 그룹 CI 등록을 마쳤다.

지난 2006년에 조흥은행을 인수 합병한 신한은 같은 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자회사의 지주회사 상표권의 무상사용은 부당한 지원행위에 해당한다'는 권고를 받고, 한국기업평가 등 외부 평가기관과 감정평가법인의 평가를 받아 2008년부터 은행 등 자회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수취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당시 신한에 대한 검사를 나가보니까 브랜드 사용료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계약은 맺고 있었다"며 "하지만 합리적이지 않게 무작위로 줘 버리면 부당지원 문제가 걸릴 수도 있어 일정한 기준을 만들라고 권고를 한 것"이라고 당시 사정을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신한은행에 감독당국이 권고한 사항에 대해 국세청이 과세를 한데 대해 맞다 틀리다는 이야기는 할 수 없다"며 "과거에는 지주가 (브랜드 수수료를)받으라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반대로 하라는 것 아닌가. 우리는 합리적인 기준으로 주고받는 지를 감독할 뿐이다"고 선을 그었다.

신한금융과 가장 유사한 사례는 우리금융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우리금융은 2001년 한빛, 경남, 광주, 평화은행 및 하나로종합금융을 자회사로 지주체제를 출범한 이후 2001년 우리은행 상표권을 우리금융지주로 양도했으며, 신한과 마찬가지로 2006년에 금감원으로부터 브랜드 수수료 수취를 권고 받았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구 한빛은행)으로부터 상표권 이전 후 사용료를 수취하지 않다가 2010년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2005~2009년도분)를 받고 미수취분에 소득금액을 가산해 세금추징을 받았다.

당시 국세청은 우리금융이 '우리'라는 브랜드에 대한 사용료를 받지 않는 것은 자회사에 대한 부당지원으로 규정했고, 우리금융은 이 같은 지적에 2010년 하반기부터 연간 650억 규모의 브랜드 수수료를 수취해 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우리금융이 '우리은행' 상표권을 우리금융지주 설립 및 지주사로 상표권을 이전한 이후 사용했으므로, 지주사 설립 전에 '신한' 상호를 은행이 사용해 온 신한금융과 다르다는 주장을 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된 부분은 '우리은행' 상표권의 기존 권리자는 구 한빛은행 및 한일은행(99년 8월 26일 상표권 등록)으로서, 기존 상표권자였던 우리은행(구 한빛은행)이 상표권을 지주사로 이전한 후 해당 상표권을 사용했다는 점에서는 신한의 경우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상표권의 소유를 은행 측이 가지고 있어 이번 신한의 경우와는 차별점이 있다.

KB금융지주는 계열사별 직전사업연도 매출액의 0.16%를 그룹 공동부담금으로 거둬오고 있으며, 하나금융은 브랜드 사용료 개념 자체가 없다.

2001년도에 지주회사를 설립한 신한금융이나 우리금융과는 달리 KB금융(2008년 9월)과 하나금융(2005년 12월)은 뒤늦게 지주회사체제로 전환됐기 때문에 지주사에 상표권을 넘기는데 따른 막대한 증여세 부담이 기존 체제를 고수해 온 이유라는 게 업계의 귀띔이다.       

하지만 이들도 국세청이 올해 KB국민은행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계열회사로부터 브랜드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세를 한 부분은 부담이다. 현행 은행법상 은행이 상표권 사용료를 수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서든 상표권에 대한 상황 정리가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년 농협중앙회에서 농협금융과 농협은행 등으로부터 4350억원의 명칭 사용료를 받고 있는 농협은 금융권의 일반적인 브랜드 사용료 개념과 조금 다르다. 농협의 명칭 사용료는 농협법에 근거해 직전 3개년 영업수익의 2.5% 범위 내에서 자회사에서 직접 부과토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세당국이 브랜드 가치를 창출했느냐 여부로 수취주체를 거론하고 있는 부분은 부담이다.

S대 세무학과의 한 교수는 "광고비용 등 대가지급을 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브랜드만을 향유하고 있다고 해서 브랜드 사용료를 수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과세당국의 과세상 입장이 바뀐 만큼 이에 따라 정리해야 할 과세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기업 지주사 브랜드 사용료 불똥 튈까 '노심초사' = LG, GS, SK, 두산 등 국내 주요 그룹의 지주사도 갑자기 불거진 '브랜드 사용료' 논쟁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국내 주요 그룹들은 2000년대 초반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한 그룹 이미지 통합을 위해 신규 그룹 상표권을 등록·관리하며 브랜드 소유자와 사용자를 분리시켰다. 

2012년 브랜드 사용료 수취 현황을 보면 LG 2711억원, SK 2105억원, GS 828억원, LS 239억원 등으로 지주사 수입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주사는 브랜드 상표권을 소유하고 자회사와 계열사에 그룹 브랜드 사용료를 받아 왔으며 이는 점차 확산 추세다. 이 과정에서 자회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수취하지 않은 경우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및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번 브랜드 사용료에 대한 세금 논쟁을 보는 이들 기업의 마음은 다소 복잡하다.

한 대기업의 관계자는 "일반 기업의 경우 지주사가 먼저 생긴 경우가 많아서 은행이 먼저 생긴 뒤 뒤늦게 지주체제로 전환한 은행권과 브랜드 사용료 문제를 직접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신한은행이 지주사에 상표권을 이미 넘겼음에도 과세문제가 불거진 부분에 대해서는 이와 유사한 사례의 몇몇 업체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LG가 애매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LG는 금성전자, 럭키화학 등 강력한 브랜드를 갖춘 기업에서 출발해 지난 1995년 LG로 회사 이름을 변경했으며, 지주회사 전환과 사용료 수취시점은 각각 2003년과 2005년이다.

또 다른 대기업의 관계자는 "아직 브랜드 사용료를 받고 있지 않지만 향후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솔직히 고민스럽다"며 "사실 지난 정부 때 기업들을 독려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라고 해 지분 구조를 정리한 것인데 과세당국이 예전 맥락을 이해하지 않고 단편적인 측면에서 과세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고 불편한 속내를 내비췄다.